‘정의윤 협상 난항’ SK, 정의 악몽 이어지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29 06: 00

이른바 왕조 시절 SK에는 야구 잘하는 ‘정 씨’들이 많았다. 정대현 정근우 정상호 정우람이 대표적인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구단 내부에서는 “정 씨와는 협상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허탈한 농담도 나온다.
그런데 올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팀 내 유일 FA인 정의윤(31)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SK와 정의윤 모두 원점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다. 올해는 대상자가 한 명밖에 없어 비교적 수월한 세월이 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진통이다. ‘합리성’을 앞세운 SK의 FA 협상 기조는 여전히 유효해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도 알 수 없다.
SK는 FA 자격이 공시되는 시점을 전후해 정의윤을 2~3차례 만났다. 여기에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의윤이 단번에 답을 주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기본적으로 4년 계약 제시가 아니다. 당연히 총액은 확 깎일 수밖에 없는데, 연간 보장금액마저 예상보다 적으니 계약 규모가 완전히 쪼그라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이 생각하는 대체적인 적정 금액도 훨씬 밑돈다.

SK는 아직 제시안을 수정하지 않고 정의윤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외야 FA 선수들이 차례로 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정의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각 팀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는 과정이지만, 시장 상황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만약 SK의 제시액 이상을 베팅하는 팀이 있다면 자연스레 이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SK도 역풍을 맞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전에 팀을 옮긴 선수들도 그랬다. 정대현은 2011년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SK도 그런 줄 알고 정대현과의 협상 테이블을 접었다. 하지만 메디컬테스트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그리고 SK가 아닌 롯데와 계약을 맺어 팀을 떠났다. 정대현에 대한 비판, SK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2013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정근우도 붙잡지 못했다. 4년 총액 70억 원의 제시에도 소용이 없었다. 제시액을 올리며 막판까지 사력을 다했으나 더 많은 돈을 준비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서로의 감정이 상했을 정도로 치열한 테이블이었다. 2015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정우람도 놓쳤다. SK는 4년 82억 원을 제안했지만, 역시 SK보다 더 많은 금액을 준비한 한화가 있었다. 공식 발표 기준 2억 원 차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정상호의 경우는 SK가 다소 소극적인 협상을 했던 케이스다. 이를 감지한 정상호도 LG와 만나 이적을 결심했다. SK가 제시한 금액보다는 소폭 많았다. 정의윤이 이적한다면, 앞선 선수들보다는 정상호의 전철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있다. 과연 정의윤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결단의 시간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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