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보다 선수들 몸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다. LG 선수들의 컨디션을 책임지는 김용일(51) 트레이닝 코치다.
김용일 코치는 KBO에서 전문 피지컬 트레이닝 코치 1호로 불리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선수들이 항상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메이저리거 류현진(30·LA 다저스) 역시 지난 겨울 김 코치와 4개월 동안 훈련한 끝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 코치로부터 지난 시즌 LG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난 시즌을 마친 소감은?
▲ 아쉽다. 우리 선수들 컨디션이 가장 중요했다. 부상이 컸다. 외국선수 두 명에게 모두 일어나지 않아도 될 부상이 왔다. 허프는 시범경기 때 스트레칭 때 내측인대가 손상됐다. 번트수비훈련을 하다가 무리하다 햄스트링을 다쳤다. 히메네스는 1루수비를 보다 부상을 입었다. 오지환 발목부상이 가장 아쉽다. 투수의 부상은 90% 이상은 예방할 수 있지만 야수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팀 성적이라든가 여러 부문에서 어려운 시즌이 됐다.
- 선수들의 상태는 어떻게 측정하나?
▲ 매년 하면서 부상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선수들 컨디션을 체크하는데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 한 시즌동안 선수들을 트레이닝 하면서 인바디, 근육량, 체지방, 체중 등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한다. 부상이 나오면서 경기결과 등을 꼼꼼히 챙긴다. 타자들은 타석수에 따라, 투수들은 몇이닝을 소화하고 최고구속이 몇 나왔는지, 연투했을 때 볼스피드 등 이런 컨디션에 대해 데이터를 낸다. 감으로 하는 트레이닝은 없어진지 오래다.
-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이 많았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투수들 부상의 43%가 캠프에서 이뤄진다. 배재준, 백남원 등 젊은 선수들이 자기 페이스보다 컨디션을 더 올리려다 그런 문제가 나왔다. 가장 아쉽다. 시즌 때 부상은 최고 기량을 발휘하다 생기지만 비시즌 훈련 때 부상은 늘 아쉽다. 캠프에 부상이 안 오려면 비시즌에 잘해야 한다.
- 선수들이 비시즌 개인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나?
▲ 보통 11월 완전히 휴식하고 12월부터는 선수들이 두 달간 준비를 해야 한다. 캠프가 시즌보다 훈련량도 많고 시간도 더 길어 힘들다.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보강운동 등이 다 잘돼야 한다. 이번 포항에서 내진설계가 안 되서 지진피해가 컸다. 몸도 똑같다. 관절을 얼마나 잘 만들어놓느냐가 관건이다. 선수들도 항상 그런 준비를 해야 한다. 잘 준비한 선수들이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
- 당연한 말이지만 몸이 좋아야 성적도 잘 나는 것 같다.
▲ 컨디션만 갖추면 실력을 낼 선수가 있는가 하면, 실력도 부족하고 컨디션 관리도 부족한 선수도 있다. 박용택이 2015년과 2016년 근육량이 1% 차이인데도 타율이 3할5푼, 3할7푼으로 차이가 났다. 역시 피지컬이 좋아야 경기력도 좋다.
월드시리즈에서 알투베를 보면서 느꼈다. 많은 시간을 들여 트레이닝을 한다고 한다. 168cm의 선수가 하이볼을 친다는 것은 키는 작지만 몸이 잘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장신선수들 못지않게 파워가 좋다. 우리 선수들은 파워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일본은 트레이닝보다는 기술야구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
- 비시즌에 선수들에게 어떤 숙제를 주나?
▲ 오프시즌에 선수들이 무조건 근육량만 늘려선 안 된다. 장준원이 캠프서 7일 있다 귀국했다. 문제점을 모르고 벌크업만 해서 그렇다. 유연성이 없어서 그렇다. 관절 안정화-근지구력 근력, 회전력 운동-유연성 유지 순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선수마다 다 다른 프로그램을 준다. 각자 나이, 능력 등이 다르다. 모든 선수들이 다 다르다.
- 12월부터 선수들이 단체훈련을 일절 할 수 없는데?
▲ 최근에는 팀에 나와서 강제로 못 나오게 한다. 과도기다. 아무래도 계속 봐주지 못하다보니 어려움이 있다. 선수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부각하려 한다. 허리가 안 좋은데 방망이를 강하게 돌리다보면 허리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기초가 가장 튼튼해야 한다.
- LG 선수 중 가장 성실하고 부지런한 선수는 누군가?
▲ 베테랑들이 확실히 비시즌 자신만의 몸관리 비법이 있다. 박용택이 그런 부분을 잘하는 선수다. 차우찬이나 김지용, 채은성, 유강남, 양석환 등이 꾸준히 관리한다.
- 몸이 좋았는데 생각만큼 성적이 나지 않은 선수가 있다면?
▲ 오지환이 가장 아쉽다. 특A급 몸이다. 실질적으로 발목부상을 당하고 또 재발되면서 안 좋았다. 임정우가 대표팀가서 어깨부상이 오면서 재활이 늦어졌고, 심리적 문제까지 겹쳤다. 제구문제 회복이 더뎠다.
- 몸이 나빴는데 투혼을 발휘한 선수가 있다면?
▲ 스포츠 자체는 피지컬이 첫째다. 지금 당장 나았다고 계속 경기에 나간다면 안 좋다. 더 많은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부상마다 다르지만 시즌 중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만성통증은 보고 결정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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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