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남자 배우들을 향해 30대에 내공을 탄탄히 다져, 40대에 무르익는다는 얘기가 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배우 송강호, 최민식, 김윤석 등도 이 시기에 주옥같은 인생 작품과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30대 배우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가 바로 김무열이다.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까지 장르 불문 다양한 채널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29일 첫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이 개봉했고, 동시에 OCN '나쁜 녀석들:악의 도시'를 촬영하느라 몸이 두 개 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신비주의는 촌스러운 옛말이 돼버린 요즘, 배우도 '열일하는 배우'가 더 사랑받는다.
'작전' '최종병기 활' 등에 출연했던 김무열은 2012년 개봉한 '은교'(감독 정지우)를 계기로, 영화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씩 넓혀갔다. 당시 김고은의 파격 노출과 박해일의 노인 연기가 큰 화제를 모았는데, 그중 평범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김무열도 뒤처지지 않았다. 때론 특징이 뚜렷한 인물보다 일반적인 인물을 표현하는 게 더 고된 작업이 되기도 한다.
'은교'와 같은 해 선보인 독립영화 '개들의 전쟁'(감독 조병옥)에서는 날 선 눈빛과 거친 카리스마를 드러냈고,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은 600만 명을 돌파하며 김무열의 최고 흥행작이 됐다. '대립군' 역시 활쏘기에 능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제 몫을 다했다.
특히 신작 '기억의 밤'에서는 지금껏 김무열에게 보지 못했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극 초반에는 선한 얼굴에 안경만 쓰고 있어도 모범생 이미지가 엿보이지만, 후반에는 눈빛 하나에도 섬뜩한 느낌을 전달한다. 얼굴에 선과 악이 함께 담긴 그의 매력이 스크린을 뚫고 고스란히 전해진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캐릭터를 자세히 소개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정도다.
이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언론시사회와 오픈토크를 통해 "김무열은 성실한 착한 학생으로 나와도 뭔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정의의 편에 서 있지만, 왠지 다른 속마음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선인인데 선인이 아닌 것 같고, 악인인데도 또 마지막에는 뭔가 도움을 줄 거 같은 그런 이미지가 있다. 전문 용어로 '꾸리꾸리 하다'고 하는데, 외국 표현으로는 야누스적이라고 한다"며 그의 매력을 제대로 설명했다.
김무열은 내년 공개되는 김지운 감독의 기대작 '인랑'을 통해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등과 호흡을 맞췄다. '열일' 행보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년 전, 동료 배우 윤승아와 결혼하면서 배우 외에도 '사랑꾼' 이미지가 추가됐는데, 때론 그의 연기보다 연애와 결혼 스토리만 집중돼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러나 배우는 작품으로 보여주면 된다. 평범한 외모에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는 장점을 지녔기에,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배우임은 틀림없어 보인다./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기억의 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