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롯데 476억원 FA 베팅, 뒤늦었지만 빛 볼까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11.29 13: 01

떠나간 FA 붙잡기가 전력 강화 우선 순위 
장원준-강민호-황재균-김주찬 잡았더라면 
 롯데가 최근 FA 시장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아직 올해 FA 시장이 끝나지 않았지만, 최근 3년간 476억 원을 썼다. 올 가을 강민호를 삼성에 뺏긴 후 손아섭을 98억 원으로 붙잡고, 민병헌을 80억 원에 영입했다. 롯데 팬들은 벌써부터 '우승' 단어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의 FA 거액 베팅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장기플랜 없이 매년 즉흥적으로 FA 시장에서 돈을 지출하는 과소비로 보인다. 오히려 최근 롯데를 떠나간 FA를 붙잡았더라면, 우승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롯데는 2015시즌이 끝나고 불펜 투수 손승락(4년 60억 원)과 윤길현(4년 38억 원)을 영입했다. 팀내 베테랑 송승준은 4년 40억 원에 재계약. 올해 1월 미국에서 돌아온 이대호를 역대 FA 최고액(4년 150억 원)으로 계약했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팀내 유격수 문규현(2+1년 10억 원)을 시작으로 손아섭과 민병헌에게 거액을 안겨줬다. 총 476억 원이다.
그러나 우승을 향한 투자는 방향이 빗나갔다. 앞서 프랜차이즈 포수 강민호(32)는 삼성과 4년 80억 원 계약을 맺으며 떠나갔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파장이 큰 계약이었다.
최근 몇 년 간 롯데는 굵직한 팀내 FA 선수들을 붙잡지 못했다. 2013시즌 외야수 김주찬은 KIA(4년 50억 원)로 떠났다. 2015시즌 투수 장원준은 두산(4년 84억 원)과 FA 계약을 했다. 그리고 올 가을 미국에서 유턴한 황재균이 kt(4년 88억 원), 강민호는 삼성으로 떠나갔다.
최근 5년간 투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 주요 포지션에서 중심 선수가 한 명씩 떠나간 셈이다. 떠난 공백을 딱히 메울 자원이 없었다는 것이 더욱 아쉬웠다.
그 사이 롯데 외야 한 자리는 항상 고민이었고, 올해 롯데는 3루수에서 가장 낮은 OPS를 기록했다. 장원준은 두산 이적 후 국내 최고 좌완 대열에 합류하면서,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제 강민호의 빈 자리는 신예 포수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롯데는 김주찬을 놓친 후 2014시즌 최준석(4년 35억원)을 영입했다. 장원준이 떠난 다음 해 2016년 손승락과 윤길현을 동시에 영입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강민호를 놓치자, 민병헌을 오버 페이로 영입했다. 기동력을 갖춘 외야수가 빠졌는데 지명타자 영입, 10승 선발이 나간 뒤에 불펜 영입, 이제 외야에 붙박이 2자리가 됐고 한 자리에는 유망주와 성장세에 있는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출장할 수 있는데 중복 투자를 했다.
물론 포지션 중복이 되더라도, 좋은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꼭 필요한 전력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필요한 전력을 잡지 못해 비난이 크고, 전력 공백에 조바심이 나자 마감 시간에 촉박해 눈에 보이는 대로 쇼핑하는 심리 같다. 특히 민병헌은 강민호를 놓친 후 강민호에게 최종 제시한 80억 원으로 면피용 영입에 가깝다. 민병헌 영입으로 인해 나경민, 박헌도 등 가능성을 보인 외야수들은 또 기회를 잃게 됐다. 
최준석은 2015시즌 3할-30홈런-100타점으로 제 몫을 했지만, 최근 2년은 하락세다. 불펜 투수 2명은 첫 시즌에는 나란히 실망, 올해 손승락이 마무리 기대치를 보여줬다.  
올 가을 공격력에선 강민호가 나가고 민병헌이 들어왔기에 현상 유지다. 오히려 포수 자리에서 강민호 전력 마이너스는 대체 자원이 있는 외야진에서 민병헌의 플러스보다 더 크다. 
롯데는 올해 정규시즌 3위로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이대호가 4번에서 중심을 잡고,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뛰어났다. 롯데가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가지 못한 것은 토종 선발, 3루 빈 자리가 아쉬웠다. 최근 떠나간 FA들의 자리다. 
롯데는 역대 내부 FA 재계약률이 가장 낮은 팀이다. 22명의 내부 FA 중 12명이 잔류한 반면 10명이 떠났다. 재계약률 54.5%. 2012년 이후 최근 7년간은 9명이 빠져나갔다.
장원준이 그대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고, 강민호가 사직구장 홈팀 포수 마스크를 계속 쓰고, 황재균이 거인군단의 구성원이라면,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능하지 않을까. 
롯데는 1992년 우승 이후 25년간 숙원을 풀지 못하고 있다. 신생 9, 10구단인 NC와 kt를 제외하고 KBO리그 팀 중 가장 우승에 목마른 팀이다. 적어도 떠나간 FA들이 롯데에 그대로 남았더라면, 1999년 이후 기회가 끊긴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도 가능했을 터다. 2000년 이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팀은 1군에 합류해서 3년 연속 꼴치에 그친 10구단 kt를 제외하면 롯데가 유일하다. 
내년이면 투타 중심인 이대호와 손승락이 우리 나이로 37세 시즌이 된다. 이대호와 손승락이 올해처럼 중심을 잡는 동안,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대박을 치고 선발진, 포수, 3루수 약점을 메워야 우승의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 것이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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