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속세의 번뇌와 오묘한 진리를 담아내면서 마음의 상태를 표현해 한국 최고의 예술영화로 평가받았다. 정상급의 정글러 '피넛' 한왕호가 롱주로 간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이의 연장선이 아닐까.
지난 20일 자정을 지나 21일 되는 순간 LOL e스포츠 한국 시장은 들썩거렸다. 일부 팀들에서는 서둘러 재계약 현황을 발표했지만 거취가 정해졌음에도 2017시즌 선수들의 계약이 마무리 되지 않아 공개하지 않은 팀들도 있었다. 이런 팀들의 정확한 내부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대어급 선수의 영입을 위한 노력은 2017시즌을 앞두고 '스멥' 송경호를 영입하기 위해 목동까지 단숨에 달려갔던 이지훈 KT 전 감독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동훈 롱주 감독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4분은 분명 짧은 시간이지만 긴 시간일 수도 있다. 0시 4분 '피넛' 한왕호의 미계약을 파악한 강동훈 감독은 한왕호와 전화로 의사를 타진했다. 곧바로 고양 일산으로 넘어가 0시 40분 한왕호와 계약을 진행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롱주 게이밍과 강동훈 감독의 정성에 '피넛' 한왕호의 마음도 움직였다. 한왕호는 "지난 19일 밤에 SK텔레콤과 재계약이 안된다고 갑작스럽게 결정이 나면서 21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제일 먼저 연락을 준 사람이 강동훈 감독이다. 감독님을 만나면서 내가 필요하다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가장 빠르게 연락주신 롱주에 감사드린다.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롱주에 합류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2018시즌 목표를 묻자 한왕호는 "첫 번째 목표는 팀에 잘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한 뒤 "자주하는 말이라 식상하게 들으실 수 있지만 힘들 때마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 때문에 많은 힘이 된다. 항상 감사하고 응원해주신 만큼 좋은 결과물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scrapper@osen.co.kr
[사진] 라이엇게임즈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