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은 이미 드라마 ‘싸인’ ‘드라마의 제왕’ 등을 통해 필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신작 영화 ‘기억의 밤’을 통해 다시 한 번 ‘스릴러 장인’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장 감독이 ‘불어라 봄바람’ 이후 13년 만에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영화이다.
2014년 말부터 올해까지 약 3년 동안 준비해온 ‘기억의 밤’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돌아온 형(김무열 분)과 그의 뒤를 쫓다 자신의 기억까지 의심하게 되는 동생(강하늘 분)에게 얽힌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추적 스릴러 영화이다.
작가계 마이다스 손으로 꼽히는 김은희 작가도 ‘기억의 밤’을 보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남겼을 만큼 작품에 대한 평가가 뜨겁다. 배우 강하늘과 김무열이라는 명배우들의 생애 최고 연기와 긴박감 넘치는 전개, 탄탄한 연출력, 그리고 가족애를 담은 이 영화가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당연해 보인다.
탁월한 실력을 입증한 장 감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대 최고의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강하늘과 김무열도 시나리오를 보고 단박에 출연을 결정했을 정도로 제작 단계부터 아낌없는 노력과 애정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스산한 분위기부터 긴장감 넘치는 메인 음악을 통해 완벽한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뇌리에 꽂히는 강렬한 사운드가 스릴감을 배가시키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 1996년 영화 ‘박봉곤 가출 사건’의 각본을 맡아 단역으로도 출연했던 장항준 감독은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감독으로 입봉했다. 이후 ‘불어라 봄바람’의 각본, 연출, 단역까지 도맡으며 신인감독의 패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여러 작품의 각색, 연출, 단역 출연 등을 따로 맡으며 활동해왔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나 ‘주유소 습격사건2’, ‘원더풀 라디오’에서는 각각 감독과 작가 역할로 출연하며 코믹한 면모가 두드러진 연기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간기남’ ‘슈퍼스타’ ‘아부의 왕’ ‘관능의 법칙’ ‘덫’ ‘엽기적인 그녀2’ 등에서 짧지만 임팩트 강한 캐릭터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져왔다. 방송계에서도 그의 활동이 두드러졌었는데, 예능 ‘밤샘 버라이어티’ ‘용감한 작가들’의 진행을 맡았는가 하면 ‘무한도전’에서 무도판 드라마 ‘무한상사’를 찍으며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넓은 팬층을 넓혀왔다.
다시 영화판으로 돌아온 그의 도전을 업계에선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치밀한 연출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숨통을 조이는 압도적인 서스펜스로 관객들에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의 밤'을 발판삼아 앞으로 드러낼 그의 작품관이 한층 더 기대된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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