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야구를 사랑하는 이가 야구 수장이 되었다. 그 애정이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으로 이어질 차례다.
한국야구위윈회(KBO)는 29일 2017년 제4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구본능 총재 후임으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추대했다. 삼성을 제외한 9개 구단 대표와 구본능 총재, 양해영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경제학 박사인 정운찬 전 총리는 서울대학교 총장을 역임하는 등 후진 양성에 전념하던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한민국 40대 국무총리를 맡았다. 임기는 1년. 이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걸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학자 출신이면서도 정치인 출신 총재다. KBO는 과거 정치인 총재의 낙하산 인사로 시름했다. 야구의 인기와 위상이 올라가며 '정치인들의 휴식처' 이미지가 희석된 상황이다. 정 전 총리는 과거 KBO 총재를 맡았던 정치인들과 딴판이다. 정치적 공과 판단이야 정치색에 따라 달리 내리겠지만, 정 전 총리가 소문난 야구광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평소 두산 팬을 자처하는 정 전 총리는 한 매체에 2013 포스트시즌 분석 컬럼을 적기도 했다. 해마다 잠실구장을 찾은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으며, 2013년에는 '야구예찬'이라는 책도 냈다. 2016년에는 김현수의 결혼식 주례를 맡아 화제가 됐다.
때문에 총재설은 끊이지 않았다. 정 전 총리는 10년 전부터 총재 자리가 빌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인물이다. 본인은 "정치적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며 고사해왔다. 그럼에도 야구계는 또 한 번 정 전 총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 전 총리가 총재에 공식 취임한다면 여러 모로 바쁜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KBO리그의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구본능 총재 집권기, 10구단 체제가 확립됐고 광주와 대구, 고척스카이돔 신축으로 파이가 넓어졌다.
하지만 내실이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거기에 승부조작, 불법도박, 비위심판 등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정 전 총리로서는 팬들에게 떨어진 신뢰 재확립이 급선무다. 아울러, 파이가 넓어진 만큼 비즈니스적인 역량 또한 발휘해야 한다. 거기에 매년 과제로 꼽히는 프리에이전트(FA) 제도 손질 등도 신경써야 한다.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수년 전부터 증명된 정운찬 전 총리다. 그러나 총재의 자리는 행정적인 능력은 물론 미래 한국야구의 큰 그림까지 그려야 하는 여러운 자리이다. 이제 그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한국야구의 진정한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