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 4인방, 5강 탈락팀의 반전 만들기 '특명'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30 06: 11

"5강 탈락의 아픔을 씻어라!"
이번 스토브리그, 올 시즌 하위 다섯 팀 중 네 팀에서 주목할 만한 이적이 나왔다. 주인공은 삼성, 넥센. kt. 5강 탈락 팀 중 한화와 LG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이들의 행보가 이듬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뜨겁게 달군 팀은 롯데였다. 안 좋은 소식들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막판에 분위기를 바꿨다. 롯데에게 충격을 안겨준 건 kt와 삼성이었다. 시작은 kt가 먼저 끊었다. kt는 지난 13일 황재균과 4년 총액 88억 원에 계약했다. 롯데에서 뛰던 황재균은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고, 올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쓴잔을 들이키며 국내 복귀를 선언했지만 원 소속팀 롯데는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 한 번 차리지 못하고 황재균을 놓쳤다.

kt는 야수 최대 약점이었던 3루를 '커리어하이' 황재균으로 메우겠다는 각오다. 거기에 관중 동원과 후배들의 성적 향상까지. 황재균을 팀 빌딩 작업의 중심으로 보고 데려온 영입이다. 황재균 본인도 "몸값에 대한 부담은 없다. 4년간 증명하면 된다"며 패기 넘치는 모습이다.
롯데의 충격은 황재균에서 끝이 아니었다. 롯데는 지난 21일 오후 "FA 강민호에게 80억 원을 제시했으나 협상 실패했다"고 밝혔다. 정확히 3분이 지난 뒤, 삼성은 "강민호와 4년 80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롯데는 상징이었던 강민호를 빼앗겼지만 '집토끼' 손아섭을 눌러앉혔고 민병헌까지 데려오며 분위기를 바꿨다. 하지만 강민호를 빼앗긴 충격은 안방 뎁스를 생각한다면 쉽사리 극복하기 힘들 전망.
삼성의 적극적인 투자가 강민호의 마음을 돌린 것. 삼성은 강민호 영입으로 중심 타선 보강과 동시에 투수진의 안정을 꾀했다. 강민호 역시 "젊은 투수진의 성장을 돕는 게 내 역할이다"고 밝혔다. 과거 SK가 박경완을 통해 누렸던 투수진의 빛나는 발전을 강민호가 도맡아야 한다.
또 한 명의 '빅 사이닝'은 다소 잠잠하던 넥센에서 나왔다. 넥센은 27일 오전 "박병호가 넥센과 연봉 15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박병호는 2015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 4+1년 최대 1800만 달러(당시 약 208억 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1년의 계약이 남았지만 박병호 측이 해지를 요청했고 미네소타에서 이를 수용했다. 통 큰 결정이었다.
박병호는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KBO리그의 황제로 군림했다. 같은 기간 529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3할1푼4리, 173홈런, 492타점. 이 기간,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자연히 스타성까지 갖추고 있다.
넥센의 무브는 이게 시작이 아니었다. 넥센은 지난달 26일 에스밀 로저스와 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로저스는 2015년 한화에 대체 외인으로 합류했다. 그 해 10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특히 메이저리거 출신다운 투구로 완투 4차례, 완봉승 3차례를 거두며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로저스는 다음해인 2016년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6월까지 이어진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방출됐다.
로저스는 한화 시절부터 실력만큼은 확실한 카드였다. 관건은 멘탈이었다. 사령탑과 충돌하는 등 '악동' 이미지를 남겼다. 때문에 물밑에서 로저스 영입을 시도했던 팀들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넥센이 로저스의 멘탈을 제대로 부여잡을 수만 있다면, 15승 이상을 기대할 만하다. 박병호까지 친정팀 복귀시킨 넥센으로서는 투타에 든든한 지원군 한 명씩을 안고 뛰게 됐다.
올 시즌 이적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팀들은 롯데를 제외하면 모두 5강 탈락 팀들이다. 전력에서 약점을 보였던 만큼 공격적 투자 행보는 바람직하다. 이들의 영입이 성적으로 이어진다면 이듬해 KBO리그는 역대급 순위 전쟁을 펼칠 전망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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