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없다” 유재학 감독의 쓴소리, 이종현 응답할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11.30 06: 45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말이 있다. 이종현(23·모비스)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지난 주 농구대표팀에 차출된 이종현은 뉴질랜드전과 중국전을 뛰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왔다. 중국이 자랑하는 센터 왕저린(23, 212cm)은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이종현과 동갑내기 라이벌 관계다. 둘은 2012년 18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결승, 2013 동아시아대회 결승 등 굵직한 대회마다 합을 겨뤘다. 두 선수 모두 청소년시절 보여준 가능성이 비하면 성장이 더디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중국전에서 2쿼터 김종규가 불의의 무릎부상으로 벤치로 향했다. 기둥 오세근 역시 일찌감치 파울트러블이 걸려 3쿼터 자리를 비웠다. 이종현과 왕저린의 대결이 핵심이었다. 212cm의 왕저린은 장신을 활용한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계속 득점을 올렸다. 이종현도 골밑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쉬운 슛을 놓치는 등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왕저린은 21점, 11리바운드로 이종현(9점, 1리바운드)을 압도했다.

이날 고양체육관 관중석에서 유재학 감독도 제자들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29일 오리온전을 앞두고 만난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에게 쓴소리를 토해냈다. 애정이 듬뿍 담긴 충고였다.
유 감독은 “이종현이 올 시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리는 좋으나 열정이 부족하다. 리바운드를 할 때도 공간싸움이나 박스아웃에 대한 개념이 없다. 프로에서는 블록슛 타이밍도 더 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마추어 시절처럼 자신보다 작은 선수를 상대로 한 플레이로는 중국 등 장신들과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뜻이었다.
프로에서 단신센터로 살아남기 위해 훅슛을 장착한 함지훈처럼 자신만의 공격무기도 개발해야 한다는 유 감독의 지적도 일리가 있었다.
이종현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과 허재 대표팀 감독의 눈에 차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유 감독은 “이종현은 냉정히 말해서 대표팀에서도 (오세근, 김종규, 이승현 뒤) 네 번째 센터”라고 일갈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이종현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중국전에서 자신 있게 공격도 많이 했는데 잔실수가 많아 아쉬웠다. 내가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만 어쩔 때는 ‘이게 될까?’ 하며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있다. 생각이 많은 편이다. 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감독님 눈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게 평가하시는 것”이라며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청소년대표시절부터 이종현과 국제대회서 맞붙었던 저우치는 NBA 휴스턴 로케츠에서 뛰고 있다. 왕저린도 NBA의 지명을 받았다. 한 때 두 선수보다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던 이종현이다. 그 역시 고려대 3학년 시절 NBA 드래프트에 접수장을 제출해 서머리그 출전까지 시도했었다. 두 선수의 도전이 이종현에게 자극이 될까.
이종현은 “중국선수들이 워낙 높이가 좋고 스피드도 있다. 다른 곳에 도전할 조건이 나보다는 좋다. 내가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10억 인구의 중국은 워낙 농구의 인기가 높아 210cm 이상 장신센터 자원이 풍족하다. 반면 한국은 205cm 이상 장신선수도 1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상황이다. 이종현 본인에게 짐이 무겁지만, 그가 한국농구 10년을 책임질 재목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종현에게 대중의 기대감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종현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한 차원 성장할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박재만 기자 /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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