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농구대표팀으로 달아오른 열기가 벌써 식어버린 것일까.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23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개최된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를 86-80으로 이겼다. 화끈한 공격농구를 선보인 대표팀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한국은 26일 고양체육관에서 이어진 중국전에서 81-92로 아쉽게 패해 1승 1패를 기록했다.
비록 졌지만 중국전의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일요일 오후를 맞아 대표팀을 보기 위해 고양체육관에 4267명의 유료관중이 몰렸다. 입장권 가격도 프로농구보다 더 비쌌으니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평소 광고용 통천으로 가렸던 3층 관중석까지 절반이상 관중들이 들어찼다. 오리온이 챔프전에서 우승했던 2016년에 비견될 정도의 열기였다. 국가대표팀 관련 공식용품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높은 열기를 자랑했다.
3일 뒤 같은 장소와 시간에서 오리온 대 현대모비스의 경기가 열렸다. 아무래도 일요일보다 수요일에 관중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야근도 많고 퇴근길도 막히는 우리나라서 직장인들이 7시까지 농구장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수험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이날 고양체육관에는 1221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오리온출신의 안방스타 이승현을 비롯해 여러 선수들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승현이 상무에서 군복무중이라 오리온의 티켓파워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 전준범, 이종현 등 국가대표 농구스타들을 보기 위해 농구장을 찾은 팬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리온 관계자에 따르면 올 시즌 평일관중 1221명도 평소보다 많은 수치라고. 오리온의 팀 성적이 저조해 그나마 오던 관중도 줄었다. 프로농구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이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한국은 숙적 이란을 79-77로 꺾고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농구인들은 ‘대표팀이 우승했으니 프로농구도 흥행이 저절로 되겠거니’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국 프로농구는 ‘국대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며 마케팅의 적기 또한 놓치고 말았다. KBL 또한 대표팀의 선전으로 조성된 농구열기를 프로농구에서 이어나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번 농구대표팀의 선전을 계기로 농구가 잠시나마 큰 주목을 끌었다. KBL은 대표팀에 환호했던 팬들을 실제 농구장까지 데리고 와야 하는 큰 숙제를 풀어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박재만 기자 /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