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근질거려요".
지난달부터 이달 26일까지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에서 열린 kt 마무리 캠프. 45명의 선수단이 구슬땀을 흘린 가운데 낯익은, 하지만 간만에 보는 얼굴도 있었다. 주인공은 송민섭과 이창진(이상 26). 2015시즌 종료 후 나란히 상무 야구단에 입대, 21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우투우타 외야수 송민섭은 2013년 kt 창단 트라이아웃 때 뽑힌 22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주인공이다. 체구가 크지 않지만 '한 방'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 2015시즌 1군 진입 첫해에는 28경기 출장해 타율 2할5푼, 1타점을 기록했다.
상무 소속으로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는 84경기 출장해 타율 3할2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0.810, 21도루를 기록했다. 전형적인 호타준족의 기록이었다. kt 코칭스태프는 송민섭의 독기에 손을 들었다. 이숭용 코치와 최훈재 코치 모두 이번 캠프에서 가장 달라진 선수로 송민섭을 꼽았다.
21개월간 벼르고 벼른 kt 복귀. 하지만 송민섭은 전역을 '아쉬움'으로 표현했다. 그는 "야구하며 군 복무를 마친 건 나에게 너무 큰 행복이다. 군인에 대한 존경심이 든다. 모든 사람들 다 군인에게 잘 해야 한다. 나라를 지켜주는 분들이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려둔 목표에 근접하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밝혔다. 송민섭은 도루 50개와 많은 홈런을 목표로 삼았으나 올해 21도루, 1홈런에 그쳤다. '자유의 몸'이 된 행복감보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더 크게 느낀 것.
장타 욕심은 중장거리 도전으로 바꿨다. 마무리 캠프 합류 후 송민섭을 지켜본 김진욱 감독과 이숭용, 채종범 코치는 "배트 스피드가 충분히 빠르니 잘 맞으면 홈런이 나온다. 2루타를 노리자"고 조언했다. 송민섭도 "단타보다는 장타가 팀에 더 보탬이 된다. 확실히 장타 부담을 덜고 정확히 맞히는 데만 신경 쓰는데 장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상무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단연 '사람'이었다. 송민섭의 1년 선임은 권희동(NC), 한동민(SK), 김선빈(KIA), 이원석(삼성) 그리고 kt 동료 정현 등이다. 송민섭은 "현이 덕에 힘든 걸 잘 버텼다. 평생 갚아줘야 한다"라며 "현이가 나보다 동생이지만 먼저 상무에 왔고, 먼저 전역해, 먼저 1군 주전이 됐다. 앞으로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송민섭은 인터뷰 내내 "근질거린다. 빨리 시즌 시작해 다 박살내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누구든지 다 이기고 싶다. 우리나라 최고가 되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이제 막 1군 28경기 출장한 선수지만 목표만큼은 크게 잡은 것. 송민섭은 "아직 자리가 잡힌 것도 아니고 경쟁해야 하는 선수다. 이렇게 말하면 주위에서 '얘는 뭐냐'고 놀릴 수 있따.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내 목표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고 패기를 드러냈다.
그는 비시즌 내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는 동시에 필라테스와 요가로 유연성을 늘리려 한다. 그는 "내 강점은 스피드와 송구, 수비다. 타격은 슬럼프가 있지만 수비나 주루는 아니다. 언제든 꾸준히 팀에 보탬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냥 독기 넘치는 선수는 아니었다. 최근 김진욱 감독 성대모사 연습이 한창이라는 그. 동료 선수들도 "민섭이 덕에 한 달 동안 시간이 금방 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송민섭은 "팬분들이 올 시즌 수원에서 내 응원을 많이 하실 것이다. 그 함성이 엄청 그리웠다. 기대 반, 설렘 반이다. 걱정도 조금 있지만 나답게 붙어보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