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패했지만 김기윤은 빛났다.
안양 KGC는 30일 안양체육관서 열린 부산 kt와 '2017-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맞대결을 87-76으로 승리했다. KGC는 2연패 탈출, 반면 kt는 4연패 수렁에 빠졌다. '트레이드 코어' 이재도(KGC)가 3득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에 그친 반면 김기윤(kt)은 15득점 8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경기 전 양팀의 화두는 단연 트레이드였다. 양 팀은 23일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kt 포인트가드 이재도와 센터 김승원이 인삼공사로 넘어가고, 인삼공사 가드 김기윤과 센터 김민욱이 kt 유니폼을 입는 내용이었다. 양 팀 모두 승부수였다. 얄궂게도 이적 일주일 만에 맞대결을 펼쳤다. 김기윤과 김민욱은 지난 28일 전주 KCC전에서 데뷔전을 치렀으며 이재도와 김승원은 이날이 데뷔전이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승기 KGC 감독은 '떠나보낸 제자' 김기윤을 치켜세웠다. KCC전 김기윤의 모습을 두고 "확실히 독기가 있어보였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 감독은 "나를 처음 만났던 1년차 때도 그랬다. 지난해 여유를 부렸는지 결과가 안 좋았고 수술까지 이어졌다. 올해도 '팀내 가드 1번'으로 생각한 것 같다. 아깝지만, 생각 바꾸고 열심히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끝으로 "KCC전 잘하는 모습 보고 기분 좋았다. 앞으로도 자신이 가진 모든 걸 펼쳤으면 좋겠다"는 당부와 함께.
반대로 이재도에 대해서는 염려를 드러냈다. 김승기 감독은 "최하위에 처진 kt에 있다가 순위 경쟁 중인 우리 팀에 왔다. 이겨야한다는 압박이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러 모로 우리 쪽에 더 부담이다"고 불안함을 숨기지 않았다.
격려는 김기윤을 품은 조동현 kt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조 감독은 "(김)기윤이도 그렇고 (김)민욱이도 마음고생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첫 경기 잘 보여줬다. 우리 팀에 금방 녹아들 것이고, 또 그렇게 만들 계획이다"고 다짐했다. 조동현 감독은 휴식기, 선수단에게 기본을 강조하며 5대5 연습경기를 치르는 등 이적생 적응에 심혈을 기울였다.
얄궂게도 이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친정팀과 맞대결. 김기윤과 김민욱은 한 경기를 치렀다지만 이재도와 김승원은 데뷔전이었다. 흐름은 김승기 감독의 말처럼 전개됐다. 김기윤의 독기는 한 경기 만에 사라지지 않았다. 김기윤은 1쿼터부터 어시스트 4개로 제 역할을 완벽히 다했다. 반면, 이재도는 단 하나의 어시스트 없이 3점슛 하나만을 성공시켰다. 김승기 감독은 "공격 역량은 재도와 기윤이가 비슷하지만 수비에서 재도가 더 낫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가드 싸움에서 앞선 kt가 1쿼터 25-16으로 앞섰다.
KGC는 2쿼터 들어 골밑이 살아나며 리드를 되찾았다. 1쿼터 리바운드 3-11로 밀렸지만 2쿼터 10-6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큐제이 피터슨이 11득점으로 폭발했고 양희종(8득점)과 데이비드 사이먼(7득점)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재도는 3분46초만 뛰며 미진한 모습이었다.
3쿼터에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이재도는 결국 3쿼터 종료 4분 22초를 남겨두고 파울 트러블에 걸리며 벤치로 돌아왔다. 김기윤은 미들과 외곽을 오가며 어떻게든 흐름을 끌고 가려고 분전했다.
비록 경기는 KGC 승리로 끝났지만 김기윤만큼은 분명 제 역할을 다했다. 이재도, 그리고 친정팀과 첫 맞대결에서 어느 정도 체면을 세운 김기윤이었다. /ing@osen.co.kr
[사진] 안양=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