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방출의 계절이다. 30대 베테랑 선수들뿐만 아니라 20대 젊은 선수들에게도 방출 칼바람이 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보류명단 제외 선수는 모두 79명이었다. 외국인선수와 은퇴선수도 포함돼 있지만 거의 대부분 야구를 지속하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다.
어느 선수에게나 방출은 충격이다. 야구를 그만 두고 싶은 좌절감에 젖게 된다. 하지만 방출은 또 다른 기회,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지금껏 KBO리그에서도 방출 선수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각 팀들도 흙속의 진주를 찾을 기회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방출생 신화는 넥센 서건창이다. 지난 2008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서건창은 그러나 1년 만에 방출 비운을 맛봤다. 1경기 1타석 1삼진이 1군 기록의 전부. 그의 나이 스무살 시절이었다. 설상가상 경찰야구단 테스트에도 탈락하며 현역으로 군복무를 해야 했다.
야구를 포기할 법도 했지만 서건창은 좌절하지 않았다. 군복무를 마친 뒤 넥센에서 테스트를 거쳐 육성선수로 프로에 재입단했다. 세 자릿수 등번호(111)를 받고 시작했지만 2012년 신인왕에 등극했고, 2014년에는 KBO리그 최초 200안타 대기록과 MVP를 수상했다.
서건창에 앞서 KIA 최형우도 대표적인 방출생 신화 사례로 꼽힌다. 2002년 삼성에 포수로 입단한 최형우는 그러나 2005년 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만 22세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경찰야구단에서 2년간 군복무하며 외야수로 포지션 변신에 성공했고, 2007년 말 자신을 버린 삼성에 재입단했다. 그 후 리그를 대표하는 4번타자로 성장했고, 지난해 11월에는 KIA로 이적하며 최초 'FA 100억원 시대' 주인공이 됐다.
이종욱도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현대에 입단한 뒤 한 시즌 만에 상무에 입대한 이종욱은 그러나 제대와 동시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당시 현대의 외야 자원이 쟁쟁했고, 이종욱의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만 25세의 젊은 나이였던 이종욱은 친구 손시헌의 추천으로 두산 테스트를 받아 육성선수로 다시 기회를 잡았고, 두산을 넘어 국가대표 리드오프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3년 11월에는 4년 총액 50억원에 NC와 FA 계약했다.
NC의 불펜 필승맨인 투수 김진성과 원종현도 방출생이었다.
김진성은 2005년 SK에 입단했으나 팔꿈치 부상으로 2년 만에 방출됐다. 군복무를 마친 뒤 2010년 넥센에서 육성선수로 기회를 잡았으나 2011년 시즌 중 방출됐다. 두 번이나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해 창단한 NC에서 트라이아웃을 통해 3번째 기회가 왔다. 2014년부터 NC 불펜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원종현도 2006년 LG에 입단했으나 1군 등판이 한 번도 없었다.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쳤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2010년 3월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1년 넘게 재활한 뒤 새로 창단한 NC의 트라이아웃에서 재기 기회를 잡았다. 이젠 NC의 필승조를 넘어 국가대표에도 발탁될 만큼 성장했다.
어느 때보다 방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아직 좌절할 때는 아니다. 올 겨울 방출생 중 누가 서건창처럼 될지 모른다. /waw@osen.co.kr
[사진] LG 시절 서건창(위), 삼성-두산 시절 최형우-이종욱(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