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진짜 금방 지나갔네요".
한화 마무리투수 정우람(32)은 2년 전 FA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팀을 옮겼다. SK에서 한화로 이적하며 4년 총액 84억원 FA 대박을 터뜨렸다. 당분간 깨지지 않을 불펜투수 최고액 대우. 그 뒤로 2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한화는 가을야구에 실패했지만 정우람은 리그 최고 불펜투수로 분투했다.
지난 2년간 117경기에 구원등판한 정우람은 14승9패4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순수 구원투수로는 5번째 많은 140이닝을 던지며 40이닝 이상 소화한 103명의 구원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으로 위력을 떨쳤다. 피안타율(.219), 9이닝당 탈삼진(10.48개)은 같은 기간 2위였다.
그럼에도 정우람에게 만족은 없었다. 마무리투수는 실투 하나로 패배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조금 더 완벽해지기 위해 올 겨울에도 정우람은 늘 그랬던 것처럼 변화를 시도한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시즌을 마친 후 어떻게 지냈나.
▲ (대전 잔류군에서) 훈련을 잘했다. 보강 운동을 하며 내년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아직까진 어떤 방향으로 간다고 밝히기에 빠르다. 일단 그 방향성을 잡아놓았고, 본격적인 건 (겨울) 개인훈련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 매년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 그렇다.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향하며 팀 고참으로서 책임감도 늘었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변화를 시도한다. 매년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고, 앞으로는 계속 더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 올해는 변화의 폭이 유독 큰 시즌이었다. 이전 기교파 투수에서 파워피처로 스타일이 바뀌었다.
▲ 꼭 의도한 건 아니었다. 운동 방법을 바꾸면서 볼 스피드가 올라온 부분은 있다. 마무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힘으로)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바뀐 피칭 스타일이 통할 때도 있었지만, 내가 지향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납득이 되고 발전하기 위해선 계속 변화를 줘야 한다.
- 결정구로 직구로 정면승부가 많았다. 구속이 140km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 올해는 내가 봐도 직구가 좋았다. 최근 몇 년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제구다. 제구가 동반된 투구가 되어야 한다.
- 이전보다 체인지업 활용도는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 스피드가 좀 나오고, 마무리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전력으로만 힘을 쓰려 한다. 긴박한 상황에 체인지업을 던지는 게 쉽지 않았다. (제구도) 왔다갔다하는 부분이 있었다. 마무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일이 변한 부분인데 조금 더 공격적으로 갔던 것 같다.
- 승부욕 있는 모습도 올해는 몇 차례 보여줬다. 9월23일 대전 삼성전에서 9회 보크 때에는 강력하게 어필해 판정 번복을 이끌어냈다.
▲ 그런 승부욕은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다. 팀 승패가 걸린 상황에서 판정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날은 나도 모르게 과하게 어필한 게 있었다. (고참으로서) 일부러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팀으로 볼 때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 한화 이적 후 2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 2년이 진짜 금방 지나갔다. 개인 성적도 아쉽지만 팀 성적이 아쉬운 게 가장 크다. 그래도 위안거리가 있다면 개인적인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점이다. 조금씩 안 좋았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한화에 와서) 부상 걱정을 안 해도 될 만큼 말끔히 좋아졌다. 앞으로 야구하는 데 있어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지난 2년간 한화 투수 중 유일하게 엔트리 제외가 없었다.
▲ 이전에도 말했지만 기본적으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내가 못해서 보직이 변경되거나 2군에 내려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부주의했거나 몸 관리를 소홀히 하는 건 있을 수 없다. 팀에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몸 관리에) 항상 노력했다.
- 한용덕 신임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새롭게 바뀌었다.
▲ 마무리캠프를 가지 않아 아직 특별한 이야기를 들은 게 없다. 감독님과 구단이 가는 큰 방향성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후배 투수들이 조금씩 자신감을 얻고, 기량도 발전하는 과정이다. 고참 형들과 함께 어린 투수들이 한마음으로 같이 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 내년 시즌 한화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
▲ 한화에 온 뒤 2년간 주위에서 매년 많은 기대를 해주셨다. 내년에는 그런 기대와 함께 새로움 속에서 다시 시작한다. (전력 보강이 되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생각한다. 야구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