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좋은 일하는 분들도 많으신데…".
한화 마무리투수 정우람(32)은 지난달 30일 충남대학교병원의 소아병동을 방문했다. 급성 소아암(골육종)으로 골반까지 암이 전이 돼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김군(9)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정우람은 올 시즌 중반 구단에 "난치병 어린이를 돕고 싶다"며 지원 방법을 문의했다. 올 시즌 경기 출장, 승리, 세이브 기록당 20만원씩을 적립해서 후원금을 1760만원을 조성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김군의 사연을 듣고 치료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만남의 시간까지 가졌다.
초록색 산타복을 입고서 직접 병동을 찾아간 정우람은 김군이 좋아하는 레고를 선물하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김군도 정우람에게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건네며 화답했다. 정우람은 "지갑에 잘 넣고 다닐게"라며 웃은 뒤 "빨리 건강해져 야구장에서 만나자"고 기원했다. 김군도 고개를 끄덕이며 정우람과 약속을 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정우람은 "뒤에서 도와주기만 했지, 이렇게 병원에 와서 만난 건 처음이다. 두 아이 키우는 아버지로서 나도 모르게 조금 울컥했는데 참으려고 했다. 그래도 김군이 생각보다 씩씩해 보여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며 "김군의 집안 형편이 어렵다고 한다. 치료비도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내가 야구하는 동안은 앞으로 매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우람이 선행을 몸소 실천하게 된 것은 부인의 영향이 컸다. 그는 "결혼을 하고 난 뒤 아내가 국내외 불우 아동에게 후원금을 조금씩 전달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나도 느꼈다. FA가 된 후 어떻게 도울까 생각하다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로 했다. 나보다 좋은 일 하는 분들도 많으신데 이렇게 알려지게 돼 쑥스럽다"고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김군이 5차 항암치료까지 했고, 다음주 6차 치료를 앞두고 있다.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 김군의 어머니도 힘들어하는데 이렇게 정우람 선수가 좋은 기회를 주셨다. 앞으로는 걱정 없이 치료할 수 있게 돼 정우람 선수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정우람은 "올해 돌아보면 후원금을 많이 축적하기 위해 열심히 한 것도 있다. 내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많이 할수록 좋은 것이니 내년에는 더 많이 후원할 수 있도록 기록을 쌓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