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정려원의 무르익은 연기력이 제대로 폭발하면서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정려원은 걸그룹 샤크라로 연예계에 입문해 최근 종영한 KBS2 '마녀의 법정'까지 벌써 데뷔 18년 차다. 연기를 시작한 건 지난 2002년. 그룹의 막내로 귀여운 이미지와 눈 웃음을 담당하던 그는 SBS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2005년 MBC '안녕, 프란체스카'와 '내 이름은 김삼순'을 만나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운명같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인생캐' 유희진을 남겼고, 가수 꼬리표를 비교적 쉽게 뗄 수 있었다. 곧바로 활동 범위를 스크린으로 넓혔다.
이후 영화는 '두 얼굴의 여친' '김씨 표류기' '적과의 동침' '통증' '네버엔딩 스토리' 등에서 스크린 주연을 꿰찼고, 드라마 역시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자명고' '샐러리맨 초한지' '드라마의 제왕' 등으로 시청률 20%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정려원에게도 시련이 다가왔다. 2013년 MBC 기대작 '메디컬 탑팀'이 시청률과 완성도 면에서도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고, 2015년 tvN '풍선껌'도 1%대로 조용히 퇴장했다. 상승 곡선 뒤에 어김없이 하강 곡선도 찾아온 것이다.
그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정려원은 '다음에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냐?'는 성유리의 질문에 "무슨 캐릭터라도 하고 싶다. 대본 좀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선배님들이 '려원이는 서른이 넘었으니 앞으로 고민이겠다'라고 했을 때 '네?'라고 물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여배우가 가장 힘든 것이 30대 중후반이라고 하더라. 그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그걸 느낀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정려원과 성유리는 가수 출신 연기자를 향한 선입견, 30대 여배우가 지닌 실질적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요즘 작품의 주인공 나이가 대부분 20대로 점점 어려지고, 그렇다고 당장 공감하기 힘든 모성애 짙은 엄마 역할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마녀의 법정'은 앞선 고민들을 안고 있던 정려원이 복귀작이었다. 극 중 독종마녀 에이스 검사 마이듬으로 분해 조갑수(전광렬 분)와 대립하고, 여진욱(윤현민 분)과는 로맨스도 보여주면서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원래부터 연기력 논란은 없었던 배우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유난히 연기력 칭찬이 쏟아졌다. 시청률도 경쟁 드라마를 압도했고, 마지막 회는 14.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해 자체최고시청률이자 동 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여배우가 작품 선택에 있어 가장 고민이 많고, 힘들어진다는 30대를 현명하게 지나가고 있는 정려원. 동시에 곧 다가올 KBS '연기대상'의 대상 후보 중 한 명으로도 거론되고 있다./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KBS2 '마녀의 법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