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싸움이 계속 이어질까.
한화 투수 안승민(26)은 지난 1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벌금형 400만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2015년 3월부터 5월 사이 10회에 걸쳐 450만원을 (관련자 김모씨 계좌에) 입금한 혐의가 인정된다. 도박의 위험성, 법정에서 보인 태도,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맞추려 한 정황까지 고려하면 잘못은 가볍지 않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안승민은 지난해 11월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승부조작 및 불법도박 관련 브리핑 명단에 포함돼 혐의가 드러났다. 경찰 조사 때부터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았을 뿐 도박을 하지 않았다"며 일관되게 혐의 사실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혐의점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법정에 세웠다. 재판부의 판단 역시 다르지 않았다.
재판을 마친 뒤 안승민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도박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판결에 불복하면 일주일 이내로 항소를 해야 한다. 한화 관계자는 "변호사와 협의해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텐데 아마 할 듯하다. 선수 본인이 억울해한다"고 전했다.
재판부에서 유죄로 판단했지만 안승민이 도박을 한 증거는 불충분하다. 판결문에서도 '계좌에 돈을 입금한 시점과 도박사이트 접속 시간이 근접하기에 도박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관련자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요구한 문자 메시지로 봐선 도박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추정과 정황에 근거했다.
이처럼 안승민이 직접적으로 도박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라 안승민 측에선 선고공판에서 내심 무혐의 처분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심 공판에서 검찰 측이 불성실한 태도를 이유로 벌금형을 구형하는 등 괘씸죄에 걸려든 모습이다.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
안승민이 고등법원에 항소장을 내면 항소심을 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최소 6개월 이상 소요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내년 시즌도 정상적으로 뛰기 어렵다. 벌금형 선고를 받아들이면 전례로 볼 때 KBO로부터 제재만 받으면 그 즉시 복귀가 가능하지만 항소심을 하면 기약 없이 늦어진다.
지난해 5월 공익근무를 마치고 한화에 복귀한 안승민은 불법 도박 혐의에 휘말려 올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군복무 기간까지 벌써 4년째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한화의 보류선수명단에 포함됐지만 법정 싸움이 길어질 경우 정상 계약을 맺기 쉽지 않다.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성민(롯데)처럼 미계약 보류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1년을 또 허비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혐의를 인정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현재 한화 육성군 소속인 안승민은 "(재판과 별개로) 운동은 계속 하고 있다"며 야구에 희망을 놓지 않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