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꼭 부활해라".
지난 1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KIA타이거즈의 V11 팬 페스트가 성대하게 열렸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사전에 입장권을 확보한 6000명이 모두 운집해 V11의 감동을 느꼈다. 선수단이 입장할 때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고 하이라이트인 양현종이 주도하는 5인조 그룹의 우승공약 댄스가 실현되자 폭소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의 각종 장기자랑, 걸그룹 EXID와 남성 록밴드 장미여관의 화끈한 무대까지 팬들은 3시간 내내 지루함 없이 풍성하게 준비한 볼거리를 즐겼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팬들은 즐겁고 만족한 표정이었다. 우승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팬들에게는 아직도 여운이 남은 듯했다.
눈길을 끌었던 시간이 있었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질문하는 '팬토크' 시간이었다. 여러 명의 선수들이 무대에 올라 팬들의 질문에 답하는 이벤트였다. 이명기는 "선수 가운데 누가 가장 몸이 좋으냐"는 질문에 "제가 가장 좋다"고 말해 폭소를 낳았다. 김주찬은 "딸이 있다면 누구를 사위 삼겠느냐"는 질문에 절친인 이범호에게 주겠다고 말해 야유(?)를 받기도했다.
특히 이범호의 답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별명이 '꽃범호'인 이범호는 "이제 꽃을 누구에게 물려주고 싶느냐"는 질문에 한 참 고민을 하더니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친구가 있다. 윤석민에게 꽃을 전해주고 싶다. 내년에는 꼭 부활하기를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윤석민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어깨 웃자란 뼈 제거 수술을 받고 1년 내내 재활을 펼쳤다. 원래 후반기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재활과정에서 기복이 생겼고 "무리하지 말라"는 김기태 감독의 방침에 따라 복귀를 내년으로 미루었다. 작년에도 후반기 16경기 등판에 그쳤다. 지난 2015년 30세이브를 따낸 이후 2년 동안 윤석민 이름 석자에 걸맞는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가을에는 동료들의 한국시리즈 우승 과정을 TV를 통해 지켜보며 재기의 의지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는 그 때문인지 우승과 우승행사에 함께 하지 못한 윤석민이 눈에 밟힌 듯 하다. 윤석민에게는 반드시 내년 시즌 복귀를 이루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sunny@osen.co.kr
[사진] 광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