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주인공을 발굴하는 탁월한 안목의 신원호 PD는 걸그룹 출신 여배우 발굴도 전문이다.
정은지부터 혜리, 그리고 크리스탈까지. 신원호 PD의 안목은 언제나 통하는 편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기대하지 못했던 '연기돌'을 발굴해내면서 작품에 신선함을 더하는 그다. 여자주인공은 작품을 이끌어 가야하는 만큼, 연기와 매력이 중요한데 신원호 PD는 주로 걸그룹 출신 연기자들을 캐스팅하면서 그만의 매력 찾기에 성공해왔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신원호 사단의 든든한 배우들을 발굴한데 이어, 이번엔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크리스탈 차례다. 남자주인공들의 발굴에 이은 '연기돌'의 활약까지 이끌고 있는 신원호 사단이다.
# '응답하라 1997' 정은지
사실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가 이 정도로 연기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지난 2012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출연하기 이전, 정은지에 대한 존재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정은지는 노래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걸그룹 멤버가 됐다. 처음 시작한 연기지만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고, 주목받는 연기자로 성장하고 있다.
'응답하라 1997'에서 정은지는 H.O.T 토니안의 광팬인 여고생 성시원 역할을 맡았다. 신원호 PD의 드라마에 대한 검증이 없었던 때. 정은지와 서인국은 이 작품에서 남녀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제일 먼저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정은지는 개성 있는 연기와 특유의 털털함이 묻어나는 매력을 어필하면서 연기자로도 주목받았다. 이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트로트의 연인', '발칙하게 고고', '언터처블'까지 연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 '응답하라 1994' 도희
걸그룹 타이니지의 멤버 도희 역시 신원호 PD에 의해 연기자 길을 걷게된 캐릭터다. '응답하라 1997' 이후 2013년 방송된 '응답하라 1994'는 전작의 성공으로 여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컸다. 고아라가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기대 받았고, 고아라와 함께 도희가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해 개성을 어필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타이니지로 성공적인 걸그룹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던 때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도희는 '응답하라 1994'에서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에 지독한 서태지 마니아 조윤진 역으로 출연했다. 무엇보다 14살 차이의 배우 김성균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의외로 두 사람의 '케미'는 좋았고, 도희는 야무진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연기자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도희만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도희는 연기의 시작점이 신원호 사단인 셈이다.
# '응답하라 1988' 혜리
'응답하라 1988'은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의 '인생작'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기가 정점을 찍은 시리즈인데, 혜리가 여주인공을 캐스팅됐을 당시 연기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원호 사단의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다. 혜리를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캐릭터가 성덕선이었고, 혜리는 그녀와 매우 싱크로율이 높은 이 캐릭터로 단숨에 인정받는 연기자가 됐다.
혜리는 사실 '응답하라 1988' 이전에도 '맛있는 인생', '선암여고 탐정단', '하이드 지킬, 나' 등을 통해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안정되지 않은 연기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을 통해서 혜리는 '인생 연기'라 불리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로잡았다. 혜리 신드롬이 일어나며 영화와 드라마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게 됐다. '연인' 류준열과의 인연을 만들어준 작품이라 더 특별하다.
# '슬기로운 감빵생활' 크리스탈
세 편의 '응답하라' 시리즈를 마친 신원호 사단은 새로운 이야기,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여주인공에 에프엑스 멤버 크리스탈이 낙점돼 활약 중이다. 크리스탈 역시 그동안의 어떤 작품보다 매력적으로 꼭 맞는 캐릭터를 챙겨 입었다. 연기도 어떤 작품에서보다 안정적이고, 상대 배우들과의 '케미' 역시 좋다. 신원호 사단의 안목이 이번에도 적용된 것.
사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크리스탈은 정은지나 혜리처럼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 김지호를 연기 중이다. 에너지 넘치는 20대 대학생의 모습부터 애틋한 로맨스, 그리고 깊은 감성 연기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크리스탈을 연기자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작품으로, 앞으로 이 작품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주게 될지 더 주목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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