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눈물 흘리던 손흥민, 러시아에선 웃을 수 있을까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12.02 10: 28

브라질에서 러시아까지 4년. 손흥민의 눈물이 웃음으로 바뀔 수 있을까. 대표팀의 유망주서 에이스로 성장한 그의 도전이 시작된다.
한국은 2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콘서트홀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18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서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함께 F조에 포함됐다.
포트 4에 속했던 한국은 험난한 조 편성이 점쳐졌다. 예상대로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유럽과 북중미 강호들과 함께 경쟁을 벌이게 됐다. 특히 이번 대회부터 적용된 바뀐 조추첨 방식으로 인해 한국은 부담이 커졌다.

지난 브라질월드컵 때는 1 포트(톱시드) 국가들 말고는 2~4 포트는 대륙별로 편성했다. 따라서 브라질 월드컵 때는 조추첨 운에 따라 2~4 포트에 속한 팀은 대륙별 약팀을 만나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한국 역시 각 포트에서 상대적인 약체로 평가받던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한 조에 속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편하다고 평가된 조편성에도 1무 2패의 저조한 성적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브라질 때보다 러시아 월드컵은 더욱 험난하다.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 룰로는 한 조에서 국가별 실력 차이가 명확히 나타나게 분배되기 때문. 이번 러시아 월드컵부터 FIFA는 개정된 조추첨 방식으로 대륙별 안배가 아닌 랭킹별 안배를 선택했다.
따라서 한국은 부담이 커졌다. 일본과 함께 마지막에 조가 결정된 한국은 사실상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FIFA 랭킹에 따라 결정된 결과다. 
또 경기 순서도 문제다. 신태용호의 첫 경기 상대는 스웨덴(6월 18일 오후 9시)이고 이어 멕시코(6월 24일 오전 3시)와 경기를 가진 뒤 마지막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조의 최강팀 독일과 6월 27일 오후 11시에 만난다. 
독일 언론이나 팬들은 쉬운 조 배치에 만족하는 눈초리다. 방심은 없지만 월드컵 우승팀인 독일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들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국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이어졌다. 독일 '키커'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위를 달성한 한국과 현재 한국은 거리가 멀다"며 "나쁜 경기력 때문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당했고,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한국전에서 분데스리가 경험이 있는 선수, 그중에서도 단연 손흥민을 경계 대상 1호로 택했다. 키커는 "한국의 희망은 분데스리가 출신의 손흥민에게 있다. 그는 토트넘에서도 날카로운 득점 감각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조추첨 당일 훈련을 마친 뒤 조추첨을 지켜봤다. 그는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패하자 16강 진출이 실패하자 그라운드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실컷 운 손흥민은 “다음 월드컵에서는 울지 않겠다”고 다시 나아갔다. F조에 배치된 이후 그는 "나는 아직도 브라질의 눈물을 기억한다"며 "어떤 팀이든 우리보다 강팀이다. 하지만 공은 둥그니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준비해서 2014년 브라질의 눈물이 웃음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4년간 손흥민의 축구 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소속팀서 주전 경쟁에서 밀릴 때도 있고, 대표팀에서 1년여간 골을 넣지 못하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오뚝이처럼 넘어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섰다.
토트넘 이적 이후 잠시 부진하며 벤치에 머물렀지만, 이후 시즌 21골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감독의 유럽 무대 최다골 기록을 넘어섰다. 대표팀에서도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새로운 포메이션과 역할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지난 11월 평가전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넣으며 부활을 노래했다.
객관적으로 한국은 같은 조 최약체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때보다 기대가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시선에도 손흥민은 여전히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이번에는 우리 선수들과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인과 축구팬들이 하나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는 월드컵을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2014년 대표팀의 '유망주'이던 손흥민은 브라질서 패배의 아쉬움으로 흘린 눈물로 팬들 마음을 울렸다. 2018년 대표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손흥민이 러시아에서 경기 후 환한 웃음으로 팬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어려운 도전에 나서는 손흥민의 발끝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mcadoo@osen.co.kr
[사진]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 종료 후 손흥민(위) / 11월 콜롬비아전 당시 멀티골을 기록하는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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