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743일만의 11연승. 지금 삼성화재를 막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삼성화재는 2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대한항공과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첫 경기를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화재는 지난 10월 25일 우리카드전 이후 11연승을 내달렸다. 삼성화재의 마지막 11연승은 2012-2013시즌(2013년 1월 1일~2월 23일). 이후 1,743일 만에 다시 파죽의 연승을 질주했다.
삼성화재의 시즌 출발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KB손해보험과 개막전을 풀세트 접전 끝 패한 데 이어 OK저축은행에게도 덜미를 잡혔다. 2연패. 전반적으로 호흡이 맞지 않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10월 25일 우리카드와 맞대결을 풀세트 끝에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을 차례로 꺾으며 1라운드를 4승2패로 마무리했다.
2라운드는 삼성화재 천하였다. 삼성화재는 여섯 팀을 상대로 차례로 승리하며 파죽의 10연승을 완성했다. 2연패 기간 삐걱대던 팀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기 시작한 게 원동력이었다. 하위권에 처졌던 삼성화재는 10승2패, 승점 28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3라운드 첫 경기 대한항공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의 얼굴은 차분했다. 신 감독은 "연승에 대한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선수단에게는 3라운드에 접어들었지만 앞선 라운드까지의 분위기를 잇자는 당부를 전했다.
신 감독의 눈에 비친 선수단은 연승 부담에 빠져있었다. 직전 경기 우리카드전에서 그게 더욱 심했다. 신 감독은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런 코트 밖의 문제는 코트 밖의 사람들이 신경 쓸 부분이다.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삼성화재가 부담스러운 건 맞상대 대한항공으로서도 당연했다. 경기 전 만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상대가 연승을 달리는 건 부담이 아니다. 하지만 앞선 1~2라운드 패배는 부담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박 감독은 "삼성화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레프트-라이트-리베로-세터 모두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쉽게 안 무너질 팀이다"라고 경계했다.
경기는 박 감독의 염려대로 흘렀다. 삼성화재는 1세트 압도적인 공세를 선보이며 25-15 낙승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범실 9개를 기록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삼성화재는 블로킹에서 4-1로 앞서며 높이의 우세를 증명했다.
위기가 없던 건 아니었다. 삼성화재는 2세트를 23-25로 아깝게 내줬다. 16-19로 뒤진 상황에서 박철우의 4연속 득점으로 역전했지만 더 달아나지 못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22-22 동점 상황에서 곽승석의 강타로 역전을 만들었고, 가스파리니의 백어택과 박철우의 서브 범실을 묶어 2세트 25-23으로 따냈다.
뼈아픈 2세트 패배에도 삼성화재는 기죽지 않았다. 3세트 내내 리드를 지키며 대한항공을 압박했다. 대한항공이 따라붙을 때면 박철우와 타이스가 고루 터졌다. 결국 삼성화재는 3세트를 25-19로 따내며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4세트는 또다시 대한항공의 리드였다. 삼성화재가 달아날 기회는 분명 있었지만 스스로 걷어찼다. 특히 세트 중반 나온 박상하의 더블 콘택트 범실이 뼈아팠다. 4세트는 대한항공이 25-18로 따냈다.
한 번 흐름을 잡은 대한항공은 좀처럼 이를 놓아주지 않았다. 가스파리니의 고공 공격이 연이어 빛을 발했다. 세트 초반부터 리드를 잡은 대한항공은 경기 종료까지 이를 놓치지 않고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14-10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연이은 4실점으로 듀스까지 이어졌다. 일곱 차례 듀스 접전 끝에 미소지은 건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는 마지막 상황에서 블로킹 득점으로 11연승을 완성했다. /ing@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