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도 빛나는 내용이었다. 박수받을 만한 경기였다.
대한항공은 2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삼성화재와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첫 경기를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다.
경기 전 양 팀 감독의 화두는 모두 연승이었다. 삼성화재는 이날 전까지 10연승을 내달리고 있었다. 개막을 2연패로 시작했지만 이후 4연승으로 1라운드를 마감했다. 2라운드에는 더욱 위력적이었다. 여섯 팀을 차례로 만나 모두 제압했다. 삼성화재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세터 황동일과 센터 박상하가 점차 손발을 맞춰간 게 원동력이었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특별히 다른 걸 주문하지는 않았다. 그저 2라운드까지 했던 우리의 배구만 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10연승을 완성했던 직전 경기 우리카드전서 부담을 어느 정도 떨쳤다는 자신감이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역시 삼성화재를 견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감독은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 2라운드까지 모두 경기를 내줬는데, 목에 무언가 턱하고 걸리는 느낌 아니겠나"라고 자조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 박 감독은 "상대가 10연승을 달리는 건 부담이 아니다. 삼성화재는 지금 컨디션이 좋다. 어느 포지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상대를 치켜세웠다.
박 감독이 꼽은 승리 비책은 '대한항공다운 배구'였다. 박기원 감독은 "시즌이 벌써 3분의 1 지났다. 리그도 욕심나지만 포스트시즌도 있다. 결국 우리가 얼마나 빨리 정상궤도에 진입하는지가 관건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즌 초반보다는 좋아졌다는 평가였다.
끝으로 박기원 감독은 "삼성화재를 꺾으면 우리가 이륙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 희망에 불과하다. 선수가 해줘야 한다"라며 "시합 끝나고 머리를 숙이지 않는 경기면 된다. 후회하는 경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승패와 무관하게 이날 대한항공의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 대한항공은 1세트 무기력한 모습으로 15-25, 세트를 내줬다. 박기원 감독도 작전타임 때마다 "왜 이렇게 기가 죽어있냐"며 "실패해도 좋으니 자신감 있게 공격하라"고 주문했을 정도.
굳어있던 몸이 풀리자 범실이 줄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의 공격도 활로를 찾았다. 대한항공은 2세트 들어 가스파리니(7득점)와 곽승석(5득점)이 폭발하며 리드를 잡기 시작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2세트 박상하가 2득점으로 부진한 게 뼈아팠다.
3세트는 다시 삼성화재의 분위기. 삼성화재가 15-14로 앞선 상황, 세터 황동일의 오픈 공격에 박상하까지 득점하며 점수 차가 벌어졌다. 대한항공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곽승석과 정지석이 연이어 범실을 기록하며 추격의지가 꺾였다. 3세트 삼성화재의 25-19 승.
패배 위기에 내몰린 대한항공은 4세트 들어 다시 집중력을 찾았다. 가스파리니가 9득점으로 폭발했고, 곽승석이 4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여기에 조재영이 전위에서만 3득점을 기록하는 깜짝 활약을 선보였다.
5세트에는 앞선 4세트까지를 요약한 내용이었다. 일곱 차례 듀스 접전 끝에 삼성화재의 승리로 경기 종료. 대한항공은 박기원 감독이 바라던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경기를 선보였다.
연료가 채워졌고 이륙 동력을 얻었다. 이제 남은 건 고공 질주 뿐이다. /ing@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