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FA' 안영명, 한화 봉사활동에 참석한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12.04 06: 02

FA 투수 안영명(33)은 지난 2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의 연탄 배달 봉사활동에 참석했다. 이글스 점퍼를 입고 팀 동료들과 함께 연탄을 나르는 모습은 숙달돼 있었다. 
한화는 안영명이 입단한 지난 2004년부터 매년 겨울마다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사랑의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안영명은 KIA로 잠시 트레이드됐던 2010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연탄배달에 빠진 적이 없었다. 현재 신분은 FA, 정확히 따지면 한화 소속이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안영명의 FA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8일 시장이 개장한 이후로 27일째가 됐지만 제대로 된 협상은 한 번밖에 없었다. FA 1호 계약을 꿈꿨으나 현실은 너무 차가웠다. 그럼에도 청춘을 바친 한화를 떠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은 안영명과 나눈 일문일답. 

- FA 신분인데도 한화 봉사 활동에 참석한 이유는. 
▲ 조심스럽긴 했지만 좋은 일이기 때문에 참석했다. 대전 지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대전고에 500만원 상당 후원한 것도 모교(북일고)는 아니지만, 대전 지역에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 FA 계약이 되면 불우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부를 한다고 들었다. 
▲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일 것이다. 청주야구장에서 장종훈 코치님께 사인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코치님께서 한 쪽 무릎을 꿇고 눈높이에 맞춰 공에 사인을 해주시며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그때 감동으로 나도 나중에 프로선수가 되면 팬서비스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단의 행사에도 불러줄 때가 감사하고 행복한 것이다. 
- FA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 팀에 잔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처음부터 나갈 생각을 안 했다. FA 신청 후에도 대전 야구장에 일찍 나와서 기존 팀 선수들과 겹치지 않게 개인운동을 했다. FA 1호 계약을 하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 기간이 보장됐으면 바로 계약했을 것이다. 운동장 나오는 게 행복한데 그 기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 30대 중반 나이,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있다. 
▲ (2016년 7월 수술한) 어깨 상태는 전혀 문제없다. 시즌 초반에는 100% 상태가 아니었다. (5월에) 2군으로 내려간 뒤 서산에서 한 달 정도 준비했다. FA 생각도 하지 않고 내 것을 못 찾으면 그만두겠다는 심정으로, 밤낮으로 다시 연습했다. 후반기에는 볼 스피드도 늘고, 투심도 배워서 썼다. 5이닝 이상 책임질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아직 20대 어린 선수들에 체력적으로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 올해 표면적인 성적(1승8패 ERA 5.75)이 발목을 잡고 있다. 
▲ 승리는 투수 혼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표면적인 성적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만족한다. 부상에서 회복해서 구속도 찾았고, 내년이 더 기대된다. 2015년 10승을 했을 때만큼 뿌듯한 해였다. 아프지 않으면 내 역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은 당연히 더 좋아져야 한다. 
-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하는 구단의 방향성도 있다. 
▲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구단과 한용덕 감독님께서 가시는 방향을 알고 있고, 그것에 맞춰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젊은 선수들이 잘 성장하기 위해선 옆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선수가 때로는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갈 때가 있다.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가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 기대했던 FA 상황이 아니다. 선발과 구원 가리지 않고 팀의 요구에 맞춰 던졌던 것이 후회되지 않나. 
▲ 2011년 과다 사용 증후군으로 목 주변 근육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하고 마취에서 깨어날 때 발가락부터 움직이며 감각을 찾았다. 그때 빨리 회복해서 팀을 위해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FA가 된 후로 5년 전 목 수술한 것이 생각나긴 했다. 
- 2010년 트레이드로 6개월 동안 KIA에 다녀온 것을 빼면 줄곧 한화에서만 뛰고 있다. 
▲ 초등학교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게 이글스 때문이었다. 빙그레 김성한 투수에게 사인볼을 선물로 받으면서 야구선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KIA에 6개월 잠시 다녀왔지만 그 기간을 빼면 줄곧 충청도에서 야구를 했다. 프로에서 FA를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는데 한화에서 오랫동안 야구하며 이런 자격을 얻은 것에 만족한다. 
- 초중고 선배 김태균도 하루빨리 계약이 이뤄졌으면 하더라. 
▲ 태균이형이 매일같이 전화 와서 '계약했어?'라며 확인을 한다. FA 신청 후에도 한화 선수들과 회식도 하며 계속 만나고 있다. 빨리 계약을 마무리한 뒤 우리 선수들과 같이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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