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큰돈 들여 '모셔온' FA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찬바람만 쌩쌩 분다.
프로야구 선수로 FA를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FA를 두 번이나 하는 선수는 '복'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올 겨울 FA 시장에서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8명이나 된다. 그러나 FA 시장 개장 27일째가 된 4일 현재까지 계약을 완료한 선수는 포수 강민호가 유일하다.
강민호는 지난달 21일 롯데를 떠나 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에 계약했다. 4년 전 첫 번째 FA로 롯데와 재계약하며 4년 총액 75억원에 대박을 터뜨렸는데 그 이상 금액을 거머쥐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와 희소가치가 높은 포수 포지션이란 특수를 누린 케이스다. 1985년생 강민호는 만 32세로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니고, 여전히 리그 정상급 포수로 활약 중이다.
강민호를 제외한 두 번째 FA 선수들은 30대 중후반으로 나이에 발목 잡히고 있다. 첫 번째 FA로는 두둑한 돈과 대우를 받았지만 두 번째 FA로는 찬바람만 분다. 세월이 야속할 따름이다.
4년 전 SK에서 한화로 이적하며 4년 총액 70억원 대박을 터뜨린 정근우가 대표적이다. FA 계약 4년간 정상급 2루수로 활약했지만, 만 35세의 나이가 걸림돌이다. 무릎, 팔꿈치를 다쳐 수술을 한 것도 악재다. 리그에 2루수 풍년이란 점도 작용한다. 원소속팀 한화는 2년 계약을 제시했지만 정근우의 마음을 잡기는 역부족이다.
4년 전 나란히 두산에서 NC로 옮긴 이종욱과 손시헌도 다르지 않다. 4년 전 이종욱은 50억원, 손시헌은 30억원으로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1980년생으로 만 37세인 두 선수에게 올겨울은 찬바람이 분다. 두 선수 모두 3할대 타율에 건실한 수비로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지만 팀 내 세대교체 바람으로 설자리가 좁아졌다. 계약이 쉽게 되지 않는 분위기다.
5년 전 50억원을 받고 롯데에서 KIA로 온 김주찬도 다르지 않다. 올해 KIA 통합우승을 이끈 주장이지만 계약기간 4년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4년 전 두산에서 롯데로 돌아오며 35억원을 받은 최준석, LG를 떠나 KIA로 가며 24억원을 받은 이대형도 첫 번째 FA처럼 대우를 받긴 힘들다. 두 선수도 나이가 각각 만 35세, 33세다.
4년 전 2년 총액 8억원에 한화와 재계약했던 박정진은 만 41세로 최고령 선수가 되면서 입지가 더 좁아졌다. 한화는 1년 단년계약으로 잡으려 하지만, 1차 FA 때도 나이로 계약에 불리함을 안았던 박정진에게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한 달가량 이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다른 팀들의 수요도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번째 FA 대박을 뒤로 하고 두 번째 FA에선 찬바람을 맞고 있는 베테랑들에겐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waw@osen.co.kr
[사진] 정근우-이종욱-최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