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신작 '기억의 밤'이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기억의 밤'(장항준 감독)은 3일 하루 동안 14만 835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총 누적 관객수는 56만 9427명이다.
'기억의 밤'은 스릴러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12월 극장가에서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천재 스토리텔러' 장항준 감독의 약 9년 만의 스크린 복귀로 주목받고 있는 '기억의 밤'은 109분간 몰아치는 서스펜스와 '이야기꾼' 장항준 감독이 빚어낸 예측불허 반전이 빛을 발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기억의 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을 스릴러와 접목시킨 장항준 감독의 섬세한 기획과 연출 의도가 빛나는 작품이다. 장항준 감독은 '기억의 밤'을 통해 상업 스릴러 영화의 박자를 정반대로 뒤집는 과감한 연출을 선보인다. 보통 기-승-전-결에 따라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일반적인 스릴러와는 달리, '기억의 밤'은 초반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빠른 속도감을 선보인다.
납치된 후 달라진 형 김무열, 그런 형을 의심하다 자신의 꿈과 현실을 혼동하며 미쳐가는 동생 강하늘의 이야기는 강하늘이 반복해서 꾸는 악몽에서부터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간다. 모든 것이 완벽해 '영웅'이라고까지 불렸던 형 김무열은 이상 행동으로 강하늘의 의심을 더욱 키우고, 내 곁에 항상 있는 가족에 대한 의심은 관객들에게 극강의 공포를 만들어낸다.
장항준 감독이 선택한 이 영리한 연출은 후반부 반전을 위한 가림막이다. 영화가 중반을 지나면, 그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고, 진실을 알기 위한 추격전을 지나 허를 찌르는 반전이 관객들 눈 앞에 나타난다. '기억의 밤'의 모든 공포는 사실 강하늘, 김무열, 또는 다른 이들에게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장항준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기억의 밤'의 기획 의도에 대해 "스릴과 서스펜스로 달려가는 막다른 종착역에 우리들의 슬픔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스릴러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한 도구"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사의 비극과 맞물린 공포, 그리고 관객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설득해 가는 장항준 감독의 연출은 '기억의 밤'이 충무로에서 통하는 이유다. /mari@osen.co.kr
[사진]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