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노력만 했는데..."
'황금빛 내 인생' 천호진이 자신의 삶을 후회하며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자신을 무능하다고 책망하는 동시에 친구에게는 "나는 왜 태어난거냐"고 묻기까지 했다. 아내는 물론이고 자식들에게 위로의 말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천호진이라 그의 건강 악화 증세가 불안하기만 하다.
천호진은 지난 3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28회에서 가족들에게 상처를 받고 심경을 토로하는 서태수의 안타까운 상황을 절절하게 연기해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한 서태수는 사업실패에도 내색 한번 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해왔다. 어떻게든 가족들을 먹여살려야 겠다는 마음으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막노동까지 했었다. 하지만 아내 양미정(김혜옥 분)은 물론이고 자식들은 이런 서태수의 마음을 한 번도 보듬어주지 않았다.
장남인 서지태(이태성 분)는 자신과 같은 가난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싫다며 악을 써댔고, 서지안(신혜선 분)은 "너무 힘들어 죽고 싶을 때도 있었다. 내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세상이다"라고 말하고는 재벌집으로 떠난 바 있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서지수(서은수 분)는 "날 배웅할 자격 없다"며 매몰찬 모습을 보이기도.
이에 서태수는 "나도 그 세월을 살았다. 나도 내 노력만으로 되는 세상이 아니었다", "지수 너를 내 딸로 삼아서 미안하다. 하지만 25년은 내 딸이었는데, 단 한번은 내 말을 들어줄 수 없는거냐", "나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노력만 했는데, 그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냐", "양미정 당신 나 한번이라도 위로해준 적 있냐. 니들이 나 한번이라도 안아준 적 있냐"며 가슴 속에 묻어뒀던 말들을 허공 속에 쏟아냈다.
"나 못나고 무능한 아버지다"라며 자신을 자책하는 서태수의 쓸쓸한 뒷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 순간에도 서태수는 혼자였기 때문. 가족이 있지만, 남보다 못한 그들 때문에 서태수의 마음은 생채기로 가득했다.
그런 가운데 서태수는 친구와 밥을 먹던 중 위의 통증을 호소했다. 그간 서지안을 찾아다닌다고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던 그다. "나 왜 태어난거냐"라는 안쓰러운 서태수의 질문과 맞물려 이 장면은 불길함을 증폭시켰다. 혹여 서태수가 병을 얻게 되고, 이로 인해 가족들이 서태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전개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일고 있는 상황. 물론 단순한 위경련 증세일 수도 있다. 지금껏 드라마 속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던 소재도 뻔하지 않게 사용하던 소현경 작가였기에 서태수와 그의 가족들이 현명하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parkjy@osen.co.kr
[사진] '황금빛 내 인생'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