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없이 했으면 좋겠네요." 정재훈(37·두산)이 지도자로 출발선 앞에 섰다.
'두산맨'다운 결정이었다. 지난 1999년 OB(현 두산)에 지명된 정재훈은 대학 졸업 후 2003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2005년 첫 세이브를 시작으로 정상급 마무리 및 셋업맨으로 두산의 뒷문을 지켰던 그는 2014년 시즌 종료 후 두산이 장원준을 FA로 영입하면서 롯데로 잠시 떠났다.
정재훈의 '바깥 생활'는 길지 않았다. 이듬해 2차 드래프트로 다시 두산에 왔다. 롯데에서는 10경기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지만, 두산으로 컴백한 그는 46경기 나와 1승 5패 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27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그 해 8월 타구에 맞아 팔뚝 골절을 당했고, 순조롭게 재활 과정을 밟는 듯 했지만, 어깨 부상까지 겹쳤다. 결국 정재훈은 두산에서 은퇴했다. 프로 15년 생활에 마침표가 찍힌 순간이었다.
두산 구단은 정재훈에게 지도자 제의를 했고, 정재훈은 이를 받아들였다. 고민의 시간이 있었지만, 길지는 않았다.
지난 8일 은퇴 결정이 내려졌을 당시 정재훈에게 선수 생활의 끝에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에 대한 질문을 했다. "후회없이 했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재훈은 "어느 시기, 어떤 식으로 은퇴해도 아쉽고 후회되는 부분은 있다. 나중에 후회없이 미련없이 뿌듯하게 은퇴하는 순간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것도 후회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재훈은 아쉬웠던 순간으로 '롯데에서의 1년'을 꼽기도 했다. 정재훈은 "롯데 팬들에게도 많이 미안했다. 개인적으로도 잘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음처럼 안됐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롯데 구단과 팬들에게도 죄송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후배들이 어느 상황에서도 후회없이 프로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 남긴 당부였다.
코치로서의 출발을 앞둔 가운데 선수들을 향한 당부도 비슷했다. 정재훈은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으로는 "목표 의식과 프로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재훈은 "2군 불펜 코치로 시작을 하는데, 2군 선수들의 목표는 1군이다. 그만큼 목표 의식, 프로 의식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탄탄한 1군 전력에 좌절하지 않고 미리 준비해 기회에 대비하라는 뜻이 담긴 메시지이기도 했다.
정재훈은 "나도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할 것이다"며 "선수들과 나이도 비슷하니 편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또 선수들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