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프로 8년차에 접어든다. 1군에 출장한 경기는 단 2경기. 하지만 생각대로 꼭 이뤄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허일(25)은 이렇게 지금의 시기를 버티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지명된 허일은 롯데의 내야 기대주였다. 데뷔 첫 해 2경기에 출장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현재까지 1군 기회의 전부였다. 이후 2013년 시즌 도중 허일은 돌연 현역으로 군 입대를 했고 2015년 돌아왔다.
허일은 “프로에 와서 3년 차 시즌까지 잘 적응하지 못했다. 뭔가 전환점이 필요했고, 군대를 갔다 오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면서 “어린 나이였으니까 군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렇게 못하는데 더 못할 수 있을까. 다시 갔다 오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면서 현역 입대 결정을 되짚었다.
잠시 야구와 떨어져 있던 순간, 허일은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느꼈다. 그는 “현역으로 가면 프로까지 오면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야구를 놓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와 잠시 떨어져 지내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봤다”며 “마인드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투좌타의 허일은 방망이 재능은 일찌감치 인정받고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타격은 기대만큼 보여주고 있는 상황. 퓨처스리그에서 78경기 타율 3할1푼5리 5홈런 33타점 OPS 0.846의 기록을 남겼고, 지난해 역시 11홈런 63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수비력이 문제였다. 결국 3루가 주 포지션이던 허일의 현재 포지션은 외야수가 됐다. 그는 “올해 대만 2군 캠프부터 외야를 보기 시작했다. 내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도전할 기회가 있을 때, 변화를 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포지션 전환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도 수비력 보완에 중점을 뒀다. 그는 “항상 입단했을 때부터 수비적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 조원우 감독님도 수비력을 강조하신다. 이 부분이 보완되지 않으면 나는 안제나 제자리에 있는 선수처럼 보일 것이다”면서 “마무리캠프에서 수비적인 부분을 뭔가 한 가지 배워갈 수 있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좀 더 좋아지는 과정을 거쳤다. 외야 수비를 잘하는 선수들의 동영상도 보면서 잘하는 부분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며 마무리캠프에서의 중점을 뒀던 부분들을 전했다.
“내가 어떤 장점을 가진 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단 1%도 빼지 않고 100%를 써서 어떻게든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게 캠프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다짐했던 허일이다.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주위의 기대에 못 미친 것이 사실. 허일 역시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입단해서 주위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거기에 그 이상을 보답하지 못한 것은 어찌됐든 제가 못했던 것이다”며 자책한 허일이다.
하지만, ‘대기만성’의 꿈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는 “(김)문호 형이 있듯이 계속 2군에서 고생하다가 늦은 나이에 빛을 발한 경우도 많이 봤다”면서 “유니폼을 벋고 글러브 방망이를 놓을 때까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했다.
꿈이 간절하면 곧 이뤄진다고 했다. 간절한 꿈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허일은 다시금 마음을 붙잡는다. 그는 “사직구장의 만원관중 앞에서 끝내기 적시타를 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잠든 적도 많다. 생각대로 이뤄진다는 책도 많이 본다. 그런 순간들과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고 하면 정말 그런 순간들이 올 수 있다고 믿기에 마음을 다잡고 운동을 하고 있다”고 며 곧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힘줘 말했다.
허일이 믿는 생각의 힘이 1군 무대에서 잠재력과 날개를 펼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