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이나 주루, 수비 코치를 생각 중이다".
이호준이 은퇴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지난 10월 21일 마산야구장서 열린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 4차전. NC가 이날 5-14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3패, 탈락이 확정됐다. '보너스 게임'이라고 밝히던 이호준의 선수 생활에 비로소 마침표가 찍힌 셈이다.
이호준은 1996년 해태에서 데뷔해 올해까지 통산 2,053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2리, 337홈런, 1,265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은퇴 후 행보로 지도자를 택했다. 해설위원에 대한 욕심이 많았지만 과감한 선택이었다.
이호준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서 열린 유소년 야구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 행사에 참여했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 선수협회가 주관한 행사. 하지만 이호준은 전임 회장으로서 참여한 게 아니었다. 아들 동욱(9) 군을 지켜보기 위한 학부모 자격이었다.
이호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계획을 털어놨다. 그는 "일본 연수를 결정했다. 1년 생각 중인데 변수는 있다. 2월 20일께 출국한다. 구단은 아직 발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다들 방송 쪽으로 예상하더라. 하지만 지도자로의 꿈이 생겼다. 가족들과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를 정리하다보니 지도자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김기태 KIA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김경문 NC 감독 등 기라성 같은 사령탑들이 이호준에게 지도자를 권장했다. 이어 NC 구단부터 손민한까지 적극적으로 지도자를 추천했다.
하지만 반전은 있다. 이호준은 타격이 아닌 주루나 작전, 수비 코치를 생각 중이다. NC 이적 후 줄곧 지명타자를 맡았고, 작전이나 주루와 거리가 멀었던 그였기에 다소 의하한 선택이었다.
이호준은 "내가 작전이나 주루, 수비에 신경쓴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트렌드도 모르겠다. 아들과 얘기해보니, 내가 배울 때와 지금 지도법조차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렇기에 도전하고 싶은 이호준이었다. 그는 "코치라면 알아야 한다. 이해 안 가는 걸 배우기에 일본 연수 기간 1년은 짧을 것이다. 하지만 해보겠다"고 각오했다.
이호준이 꿈꾸는 지도자는 '이호준'이었다. 그는 "지도자로 변한 선배들을 보면 많이 달라졌다. 엄했던 선배가 유연해지기도, 유연했던 선배가 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난 내 모습을 유지하겠다. 얼마 전까지 함께 뛰던 형님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라고 다짐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