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원 소속구단의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포기했다. FA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에 대한 노선 설정은 확실했다.
롯데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부 FA였던 최준석과 이우민이 타 구단 계약시 보상선수를 받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구단은 “FA 보상선수 규약에 따라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선수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다”고 덧붙였다.
선수 측에서는 반길만한 결정이었다. 최준석과 이우민 모두 대어급 FA로 분류되지 않은 선수였다. 준척급 선수들은 보상 규정 때문에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고, 시장에 호기롭게 나왔다가도 ‘FA 미아’ 신세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현재 FA 선수 이적시 보상 규정은 해당 선수의 직전해 연봉의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직전해 연봉의 300%다.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FA 선수들의 타 구단 이적이 쉽지 않았다. 20인 보호선수 외의 선수, FA 선수에 대한 가치 평가가 때로는 엇갈릴 때도 있기 때문.
일단, 최준석과 이우민은 협상을 하면서 이적시 보상선수를 받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구단에 했고, 롯데 구단은 현재 리그 규약에 명시된 원 소속구단 FA 선수의 이적시 받을 수 있는 보상 권리를 포기했다. 대승적인 차원의 결정이었다. 롯데는 이 두 선수가 이적시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만 선택할 예정이다.
롯데는 “최준석 선수와 이우민 선수 모두 팀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줬다. 선수의 요청에 고민했지만 두 선수를 위해서 FA 이적 시 보상선수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롯데는 애초에 FA 시장에 돌입한 시점부터 노선이 확실했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 그리고 대어급 선수들에 우선 집중했다. 내야수 문규현은 시장 개장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잔류시켰다. 팀의 내야 뎁스에 필요한 선수였다. 주전 포수 강민호와의 협상이 틀어지면서 삼성에 뺏겼지만 의지만큼은 있었다. 단지 그 의지가 선수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됐을 뿐이었다. 대신 또 다른 내부 FA 대어였던 손아섭을 붙잡았고, 여기에 시장 초반부터 교감을 나눴던 외야수 민병헌까지 데려왔다. 총 188억 원을 세 선수에게 쏟아 부었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폭주하던 롯데의 움직임은 잦아들었다. 최준석과 이우민의 협상이 남아있었지만, 그 속도가 더뎠다. 최준석이 일본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기도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행보였다. 결국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결정은 롯데의 재계약 선택지에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롯데는 조원우 감독 부임 이후 보다 빠른 야구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6시즌을 앞두고 2년이라는 짧은 계약 기간 동안 자신의 야구 색깔을 추구하기 힘들었다. 상황은 달라졌다. 구단과 조원우 감독이 다시 한 번 동행을 결정하면서 조 감독의 야구 색깔을 드러낼 기회가 생겼다. 당장의 공격력 약화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대체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의중이다.
이우민 역시 마찬가지. 2002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16년 간 롯데에서만 활약했다. 노력과 성실성만큼은 인정을 받았지만 결국 기량을 만개하지 못했다. 외야 수비와 대주자로서 가치가 있지만, 롯데의 외야는 젊은 선수들이 즐비해 있다. 그런 만큼 이제는 노장 축에 속하는 이우민보다는 젊은 외야수들을 육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선수의 선택과 의지는 물론 현장의 운영 방향, 그리고 구단의 육성 철학이 일치된 것이 현 상황이다. 롯데는 일단 시장 상황을 둘러보겠다는 두 선수의 의지를 존중하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롯데가 다시 최준석과 이우민을 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