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길 필요 없어" 야구클리닉 달군 '입담 멘토링'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04 15: 59

야구클리닉만큼 흥미진진했던 입담 배틀이었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4일 정오부터 인천 남동체육관서 유소년 야구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대호(롯데), 김광현(SK), 나성범(NC), 구자욱(삼성) 등 구단별 주축 선수들이 함께 했다.
선수단은 정오부터 유소년 선수들과 한데 모여 야구 얘기부터 개인적인 조언까지 끊임없이 대화했다. 이 중 좌중을 웃음바다에 빠뜨렸던 이야기를 추렸다.

# "장첸 지나간다"
SK 선수단은 지난달 29일 일본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장에서 화제가 된 건 '에이스' 김광현. 장발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들어왔다. 김광현은 이날 "마운드에 첫 등판하는 날 이발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종료 후 SK와 4년 총액 85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올 1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으며 올해를 날렸다. 에이스의 책임감이 그의 머리칼에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곱상한 에이스의 거칠어진 모습에 SK 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SK 동료 김강민은 김광현을 보고 유소년 선수단에게 "오! 저기 장첸 지나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의 주인공 장첸(윤계상 분)에 빗댄 것. 김광현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멘토링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 "야구선수는 잘생길 필요없어"
이날 행사장에서도 '입담킹'은 단연 유희관(두산)이었다. 행사는 선수들과 유소년들의 식사로 시작됐다. 유희관과 류제국(LG)이 한 조에 편성됐다.
도시락을 먹던 유희관은 류제국 옆에 있던 김교람(17) 군을 지목하더니 "야, 너 진짜 잘생겼다. 오타니 닮았다. 제물포고등학교니까 제타니인가? 여자친구는 있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자친구가 없다는 답변에 "제물포고가 남녀공학이었다면 넌 인기 많았을 거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야구 열심히 해. 야구선수는 잘생길 필요 없어"라며 좌중을 웃겼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를 지켜본 유소년 선수들은 '빵'터졌다. 그러자 그는 "두산 선수처럼 생긴 선수가 있고, LG 선수처럼 생긴 이들도 있다. 나는 전자다"라며 마무리 지었다.
# "야구 질문하라니까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라는데요"
선수단은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유소년 선수들과 한몸처럼 붙어다녔다. 단순히 펑고를 쳐준다거나, 캐치볼 이외에도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았다. 자연히 평소 궁금했던 걸 맘껏 물어보는, 일종의 기자회견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오지환에게는 유독 개인적인 이야기가 쏟아졌다. 유소년 선수들과 한창 대화 중인 오지환에게 '무슨 이야기 중이냐'고 묻자, "개인적인 얘기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소년 선수들은 오지환에게 "여자친구 있나?"는 질문을 시작으로 "엄마가 좋아요? 아니면 아빠가 좋아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오지환은 대답에 난색을 표했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최근 군 입대 문제로 각종 논란에 빠졌던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모든 걸 잊고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렸다. /ing@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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