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과 축하' 강민호 향한 롯데 선수들의 진심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2.04 16: 28

서운함과 축하, 그리고 씁쓸함. 그 사이 어딘가. 롯데에서 삼성으로 팀을 옮긴 강민호(30) 향한 롯데 선수단의 마음은 이쯤에 있는 모양이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4일 정오부터 인천 남동체육관서 유소년 야구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대호(롯데), 김광현(SK), 나성범(NC), 구자욱(삼성) 등 구단별 주축 선수들이 함께 했다.
롯데 선수들은 이대호와 전준우, 문규현, 정훈이 함께했다. 주축 포수 강민호의 이적과 민병헌의 합류. 그리고 손아섭의 잔류까지. 이번 스토브리그 유독 바빴던 롯데다.

올 시즌 종료 후 생애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4년 총액 80억 원을 받으며 롯데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다. 2004년부터 롯데에서 뛰며 마치 '상징' 같았던 선수였기에 동료들의 헛헛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캡틴' 이대호는 "오랜만에 돌아와서 열심히 했고, 팀이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며 희망을 줬다. 올해보다 좋은 내년이 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올해 시끄러웠던 스토브리그에 대해서는 "들어온 선수는 들어온 선수고, 나간 선수는 나간 선수다. 잘 준비하면 될 부분이다. 더 좋은 팀이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대호는 강민호가 입단했을 때부터 국가대표 포수로 성장하는 전 과정을 지켜봤다. 그렇기에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 그는 "지금은 축하해야한다. 마음은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다. 전화통화로 서운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민호가 더 서운했을 것이다. 많은 팬들을 뒤로 하고 가는 거니까. 지난해 롯데와 계약하기 전에, 나를 붙잡은 것도 팬들이다. 그게 정말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캡틴이 마냥 고개 숙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대호는 "어차피 계약했으니까 되돌릴 수 없다. 젊은 포수들이 기회가 생긴 거니까. 준비 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갑내기' 전준우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전준우는 "동갑내기가 많지 않다. 야수 중에서는 정말 민호 한 명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떠나게 됐다"라며 씁쓸해했다. 2010년 전준우가 풀타임 선수로 도약하며 군 입대 전인 2014시즌까지 5년간 롯데 타선을 이끌었던 둘이다. 전준우는 "그때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팀은 계속 간다. 나를 비롯한 남은 타자들의 몫이 더 커졌다"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나란히 FA 자격을 얻었던 문규현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문규현은 2+1년 총액 10억 원에 롯데 잔류를 선언했다. 문규현은 "팀을 옮긴 건 인간적으로 서운할 일이다. 거액을 받았으니 그건 그거대로 축하할 일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야구를 해야 한다. 남은 선수들이 더 열심히 분발해 (강)민호의 공백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ing@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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