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중소 FA들의 보상선수 포기 선언. 과연 FA 등급제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FA 제도는 지난 2000년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최초로 ‘직장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게 된 계기였다. 프로야구가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고 비즈니스라는 인식을 생기게 만든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KBO의 FA 제도는 ‘반쪽 제도’였다. 선수들에게는 거액을 만질 수 있는 부푼 꿈을 안겼지만, 반대로 구단들 역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 권리를 가졌다. FA 제도 초기에 비해 보상 규정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FA 선수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보상 규정은 '반쪽 제도'라 불리는 대표적인 이유였다.
직전해 연봉 200%와 보상선수 1명, 직전해 연봉 300%의 현행 보상 시스템은 선수들 보다는 구단들에게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 보상 제도가 구단들과 대형 FA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준척급 FA들과 베테랑 FA들의 이동에 족쇄가 됐다.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실태다. FA 시장은 나날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특히 보상선수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러나 최근 트렌드는 다소 바뀌고 있다. 원 소속팀의 구상에는 없지만, 다른 구단들은 구미가 당길만 한 중소 FA들의 이적이 여의치 않아지는 현실이 이어지자 원 소속 구단들이 규약에 나와 있는 보상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서 원 소속 구단들이 포기하는 것은 보상선수를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미 채태인(전 넥센)에 대해서 이적 시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만 받겠다는 원 소속 구단의 선언이 있었고, 롯데 역시 최준석과 이우민이 이적 시 보상선수 없이 타 구단과의 FA 계약을 맺을 수 있게 허락했다. 구단들 스스로 현행 FA 제도에는 없는 FA 등급제를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FA 등급제에 대해선 꾸준하게 논의 되어온 것이 사실. 준척급 FA들의 이적에 제약이 생기는 현상이 매년 발생하면서 FA 등급제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갔다. 현행 재취득 기간 4년과 보상 선수 등을 생각하면 준척급과 베테랑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비일비재했고, 영입을 원하는 타 구단들 역시 부담이 컸다.
중소 FA 선수들의 가치가 보상권의 가치보다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부담스러워 했던 것이 그동안의 준척급 선수들을 대하는 자세였다. 원 소속구단이 자신의 가치를 부족하게 매겼다고 생각해 시장에 나왔지만 역시 보상제도에 의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원 소속구단과 염가에 계약하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최근 구단들의 선언과 같이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할 경우, 중소 FA 선수들에게는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것이 사실. 아직 실제적인 사례가 나오진 않았지만, 보상선수의 유무가 활발한 FA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일생일대의 놓칠 수 없는, 선수라면 한 번이라도 꿈 꿔보는 FA 자격을 얻었지만 차가운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선수들이 조금은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모두 한국보다 먼저 FA 제도를 시행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과 같이 일괄적인 FA 보상제도가 아닌, FA 선수들의 등급을 매겨 보상에 차등을 주고 있다는 것. 그렇기에 노장 FA라고 할지라도, 준척급 FA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직장을 선택하는 데 큰 제약이 없었고, 구단들 역시 선수를 영입하는데 부담은 줄었다.
현재 원 소속구단들이 보상권을 포기한 3명의 선수 외에도 이종욱, 손시헌, 지석훈(이상 NC), 안영명, 박정진, 정근우(이상 한화), 정의윤(SK), 김주찬(KIA), 이대형(kt) 등이 현재 FA 시장에서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턴을 고심하고 있는 김현수(전 필라델피아)를 제외하면 모두 베테랑 FA 선수들이자 준척급 FA들이다. 현행 보상제도에 의해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 원 소속구단과 재계약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과연 최근 구단들의 보상권 포기 선택이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FA 등급제 실행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