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이 이번 총회에서도 회장 선출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4월 이호준 전 회장의 사퇴 이후 8개월간 이어진 집단 의사결정 체제가 계속될 예정이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은 5일 오전부터 인천 남동체육관에 모인다. 선수들이 직접 선정하는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시상식을 비롯해 올해 정기총회 등이 열릴 계획이다.
총회의 관건은 단연 회장 선출이다. 선수협은 8개월째 회장 없이 조직을 꾸려갔다. 전임 회장이었던 이호준(42)이 개막 직전 불거진 메리트 논란에 책임을 지고 지난 4월 물러난 상황. 이번 총회에서 그 후임자 선출이 진행될 거로 점쳐졌다. 이대호(롯데), 이진영(kt)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총회를 하루 앞둔 날, 한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선수협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서 야구 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을 개최했다. 이대호(롯데), 김광현(SK), 구자욱(삼성), 유희관(두산), 이정후(넥센) 등 구단별 대표 선수가 한 데 모였다. 이날 입장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나온 선수들은 이대호에게 '차기 회장님 지나가신다'는 식의 농담을 던졌다. 이대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선수단의 농담뿐만 아니라, 이대호가 가진 상징성을 생각하면 회장으로 손색없었다.
하지만 이대호가 아니라 그 누구도 이번 총회에서 회장직에 오르지 않을 분위기다. 야구 클리닉 행사장에서 만난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이듬해 1년간은 아마 현 체제를 유지할 것 같다. 선뜻 나서는 선수가 없다. 아무래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선수들에게 '악역은 내가 맡을 테니 좋은 일에만 나서면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1년간 이 체제를 유지하다보면 선뜻 나서는 선수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선수협은 올 여름 대리인 제도(에이전트) 도입의 수확을 냈다. 2018시즌은 그 원년이 될 전망이다. 거기에 지상과제로 삼은 FA 등급제의 실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선수협 회장이 된다면 여러 가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성적 저하도 감수해야 한다. 이를 달가워할 선수나 구단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배경 탓에 선수협은 2018시즌에도 회장 자리를 비워두는 셈이다.
이어 김 회장은 "현 체제가 무리 없이 돌아가고 있다. 지금처럼 집단 의사결정 과정으로 1년을 보내며, 선수협 내부적으로는 추스르는 시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동등한 목소리를 내게 된만큼 주장들의 책임감이 막중해질 수밖에 없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