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시즌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장필준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데뷔 첫 20세이브를 돌파했고 지난달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완벽투를 뽐내며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4일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장필준은 "줄곧 선발 투수로 뛰었는데 올 시즌 계투 요원으로 뛰면서 처음으로 20세이브를 달성했다. 썩 잘한 건 아니지만 밥값은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컨디션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는데 동료들의 도움 덕에 20세이브를 달성할 수 있었다. 등판할때마다 무조건 막아야 하는데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동료들의 도움과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20세이브에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계기로 여기겠다"고 덧붙였다.
APBC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발탁된 뒤 "민폐만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던 장필준은 16일 일본전에서 1이닝 무실점(1피안타 3탈삼진) 홀드에 이어 17일 대만전에서는 1⅓이닝 무실점(1피안타 3탈삼진) 세이브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2009년 제2회 WBC 대표팀의 깜짝 스타로 떠오른 정현욱 삼성 1군 불펜 코치를 연상케 했다.
"내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됐는가"라고 기자에게 되물은 장필준은 "투수, 타자 할 것없이 쟁쟁한 스타들이 많이 나왔다. 나는 별로 한 게 없다. 고작 2⅓이닝을 막았을 뿐이다. 좋게 봐주신다면 감사드리지만 (장)현식이, (임)기영이 등 동료 투수들이 훨씬 더 큰 활약을 펼쳤다"고 공을 돌렸다.
대표팀의 맏형이었던 장필준은 "선수들 모두 야구도 잘 하고 예의도 바르다. 그동안 타 구단 선수들과 친해질 기회가 특별히 없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맺었다. 여러 부분에서 배우고 얻은 게 많은 대회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삼성과 4년간 총액 8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강민호(포수)는 4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한 물음에 "장필준을 세이브왕으로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에 장필준은 "잘 아시다시피 (강)민호형은 KBO리그 최고의 포수 아닌가. 민호형이 세이브왕으로 만들고 싶을 만큼 가능성있는 재목으로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민호형은 국가 대표팀 출신 포수로서 공격과 수비 모두 출중하다. 나는 민호형만 믿고 따르면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장필준은 "평균 자책점이 4.68에 이른다. 내가 봐도 많이 높다. 평균 자책점이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20세이브를 달성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돌이켜 보면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있었는데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과 집중력이 부족해 쉽게 허용했다. 내 탓이다"고 아쉬워 했다.
장필준은 지난달 29일부터 STC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중이다. 오로지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 조성돼 있다. 장필준은 "올 시즌 많이 던졌으니 보강 훈련도 해야 하고 내년에 부상없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해야 할 게 정말 많다"고 말했다. 저탄수화물·고단백질 식단만 고집할 만큼 몸관리가 철저하다.
데뷔 첫 20세이브를 돌파한 장필준에게 다음 시즌 목표를 물었다. 생애 첫 30세이브 등 수치상 목표를 이야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내가 내년에도 소방수를 맡게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팀내 좋은 투수들이 많다. 물론 소방수가 된다면 좋겠지만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코칭스태프에서도 믿고 맡기실 것이다. 보직은 상관없다. 계투 요원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해서든 팀이 이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