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나서야죠."
올 시즌 이현호(25·두산)는 총 5차례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현호가 1군에 등판한 경기는 24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5.70의 성적을 남겼다. 상무 제대 후 복귀 첫 해였던 2015년에 기록했던 49경기 6승 1패 평균자책점 4.19에 크게 못 미치는 모습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좋은 공을 가지고 있지만, 안정감있는 피칭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현호의 부진을 아쉬워했다.
이현호 자신도 2017년 아쉬움 투성이었다. 그는 "올 시즌 많이 1군과 2군을 오갔다. 그런데 계속해서 내용도 안 좋았고, 또 그 사이 후배들이 많이 와서 자리를 잡았다.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 욕심내서 했는데, 사람 뜻대로 안됐다.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밸런스도 무너져 있었고, 폼도 망가져 있었다. 그런데 다 핑계다. 내가 잘해서 많이 던졌으면 된 것"이라고 되돌아봤다.
아직 20대 중반으로 이현호 역시 젊은 축에 속하지만, 현재 두산에는 이영하, 김명신, 박치국 등 신인 선수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후배 선수들의 활약 속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현호도 긴장감이 생겼다. 이현호는 "2군에 내려가면 적어도 열흘은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팀이 잘되면 내가 설 자리가 조금씩 없어지게 된다. 또 한 번 2군에 내려갈 때마다 팀에서는 나란 선수를 내려보내는 것이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불안해진다"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경기로는 6월 10일 롯데전을 들었다. 이현호의 선발 두 번째 등판이었다. 당시 이현호는 1⅓이닝 4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이현호는 "보우덴이 아파서 선발에 빈자리가 생겼을 때다.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여러 선수가 올랐었는데, 잘 던지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런데 못 던지고 2군에 내려갔다"며 "올 시즌 팀이 우승을 못 한 것도 아쉽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엔트리에도 들지 못해서 아쉽다"고 밝혔다.
아쉬움이 큰 만큼 지난 교육리그부터 완벽하게 변신을 선언했다. 그는 "폼부터 해서 다 뜯어고쳤다"라며 "특히 폼은 잘 던졌을 때와 안됐을 때를 비교해보니 팔이 뒤에서 나오는 동작에 차이가 있었다. 안될 때는 뒤에 동작이 컸다. 이 부분을 고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한화의 연습경기에서 이현호는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으며 마무리캠프 성과를 확인했다.
이현호는 "감독님께서도 더 이상 1,2군을 오가는 선수가 아닌 1군에 스스로 자리를 만드는 선수가 되라고 하셨다. 많은 말씀을 해주신 만큼, 보답하고 싶은데 계속 안 좋은 결과만 나온다"고 아쉬워하며 "항상 나와 같이 한 시즌을 못한 선수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내년 시즌 잘하겠다는 말이다. 이제 내년에는 그 말보다는 올해만큼만 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달라지고 싶다. 내가 하기 나름이다"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최근 두산은 고원준, 안규영, 조승수 등 많은 선수들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현호는 "형들이 팀을 떠나게 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계속해서 지금과 같다면 설 자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현호는 "각오보다는 결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내년에는 1군에 내 자리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내 자신에게 당당하고 떳떳해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