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로이어' 김승구(28, 코리안좀비MMA)가 빅 픽처를 꿈꾸고 있다. 이번 상대인 유수영(27, 본주짓수)을 가볍게 제압한 뒤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김동규(25, 트라이스톤)를 꺾어 애매한 자신의 위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승구는 오는 9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리는 'TFC 16' 메인카드 첫 경기에서 유수영과 밴텀급 경기를 갖는다. 승자는 상위권 진입을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유수영은 근본 없는 주짓수를 배웠다. 소속이 본주짓수라고 하는데 아니다. 근본 없는 주짓수 집단의 주짓떼로다."
김승구는 동반출전하는 홍준영과 더불어 '코리안 좀비' 정찬성 관장이 내세우는 애제자다. 4연승을 질주하던 김승구는 지난해 11월 'TFC 13'에서 김동규를 상대로 TFC 데뷔전을 치렀다. 둘의 대결은 시작부터 불을 뿜었다. 김승구가 잽과 스트레이트를 뻗으면 김동규가 훅으로 받아쳤다. 한 번 붙으면 서너 발이 오가는 난타전의 연속이었다.
2라운드, 김동규는 김승구의 니킥에 맞아 복부 통증을 느끼는 듯 움츠렸다. 김승구가 승기를 잡는 듯 보였으나 김동규가 계속 노리던 카운터펀치를 적중시키며 전세가 역전됐다. 이후 김동규의 연이은 파운딩 세례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김동규와 다시 싸우고 싶다. 그도 (황)영진이 형에게 두 번 져서 위치가 애매해졌다. 나를 제외하고 붙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꼭 붙어보고 싶다. 김동규와 2차전은 예술적인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승구는 패배 후 심기일전(心機一轉)했다. 지난 3월 'TFC 14'에서 박태웅을 1라운드 1분 15초 만에 펀치로 TKO시키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4개월 후 일본 '히트 40'에서 아카오 세이지와 히트 밴텀급 타이틀매치를 벌였으나 아쉬운 판정패를 기록했다.
"히트 타이틀전 역시 너무나도 아쉽다"는 그는 "1라운드는 완벽하게 가져갔다. 2라운드부터 레슬링 싸움에서 힘이 너무 많이 빠져서 지쳤다. 바닥청소를 열심히 하고 말았다(웃음). 레슬링에서 붙지 않고 빼다보니 잘 풀리지 않았다. 유수영戰에서 나의 적극적인 레슬링 능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유수영은 TFC 밴텀급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특급 그래플러다. TFC 아마리그에서 4승 1패를 기록한 유수영은 2014년 11월 'TFC 4'에서 안정현에게 판정패했으나 지난 6월 'TFC 드림 3'에서 2연속 TKO승을 거둔 장현우를 상대로 한 수 위의 그래플링 기량을 뽐내며 1라운드 4분 8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승을 거뒀다. 확실히 향상된 실력을 과시했다.
이때부터 파란이 예고됐다. 지난 7월 'TFC 15'에서 펼쳐진 특급 주짓떼로 박경호와의 대결에서도 한 수 위의 그래플링 능력을 과시하며 2라운드 3분 57초경 리어네이키드 초크승을 따냈다. 복귀 후 2연속 리어네이키드 초크승을 거머쥔 유수영은 김승구의 목까지 조르겠다고 자신하고 있다.김승구는 "경계되는 점이 없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플러 대결도 자신 있다. 이번 승리를 통해 나의 애매한 위치를 벗어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 경기란 마음으로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아버지의 반대로 학창시절에는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했지만 성인이 된 후 정찬성의 경기력에 반해 코리안탑팀의 문을 두드렸다. "확실히 달라진 나의 이제부터 제대로 보여드리겠다. 이번 경기로 달라진 날 국내팬들에게 각인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정찬성 관장은 "승구의 기량은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김동규와 2차전을 벌인다면 100% 이긴다고 자신할 수 있다. 유수영의 그래플링에 철저히 대비했다. 스탠딩 타격전에선 상대의 펀치가 승구의 안면 근처에도 오지 못할 것이다. 거리싸움에서 완벽히 압도하는 원-사이디드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bird@osen.co.kr
[사진] T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