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드시 잡는다'(김홍선 감독)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다.
톱 배우들이 포진한 충무로 영화판에서 '반드시 잡는다'는 '백전노장' 백윤식, 성동일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연기 경력만 합쳐 70년인 연기 베테랑 백윤식, 성동일이 선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추적 스릴러. 날고 뛰는 스릴러에서 나이 지긋한 중년, 혹은 노년의 배우가 웬 말이란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도 잠시, 백윤식과 성동일은 '반드시 잡는다'를 통해 오랜 세월 다져진 연기 내공으로 다져진 진득한 추적극을 펼쳐낸다.
‘반드시 잡는다’는 30년의 기간을 두고 한 동네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두 남자의 고군분투를 그린 추적 스릴러. 백윤식은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아리동의 터줏대감 심덕수, 성동일은 30년 전 똑같은 방식으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잘 알고 있는 전직 형사 박평달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평화로운 것처럼 보이는 아리동, 소란을 자아내는 것은 월세를 독촉하는 고약한 영감 심덕수의 짜증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리동에서는 의문의 죽음이 계속된다. 처음에는 혼자 살던 노인의 쓸쓸한 고독사였고, 다음은 아픈 몸으로 심덕수에게 월세를 독촉받던 아리연립맨션의 세입자이자 전직 형사인 최씨의 안타까운 자살이었다. 이어지는 죽음에 의문을 가지던 심덕수는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 박평달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그 놈'을 잡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반드시 잡는다'는 추적 스릴러라는 외피를 한 겹 벗겨내는 순간, 그 진가가 발휘된다. '반드시 잡는다'가 범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아리동의 아픈 현실을 훑는 과정과도 같다. 스크루지 영감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심덕수가 피해자들의 자취를 따라가며 범인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고독사, 노인 혐오, 3포 세대, 장기미제사건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을 만난다.
게다가 이 추적 스릴러를 완성해 가는 주인공이 다름 아닌 두 노인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우리가 외면했던, 혹은 평가절하했던 노인 심덕수, 백윤식이 말도 잘 듣지 않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기어코 수백계단을 오르고, 산의 비탈길을 달리고, 진흙탕을 구르는 모습은 김홍선 감독이 의도한 진짜 이야기를 보여준다.
김홍선 감독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잡는다'에 대해 "대한민국의 현실적인 사회 이야기를 토대로 땀내 나는 추적 스릴러를 얹은 영화"라고 소개하며 관객들이 '반드시 잡는다'의 여운을 함께 느껴주기를 바랐다.백전노장 백윤식, 성동일, 충무로를 대표하는 '시니어' 배우들이 만나 노인에 대한 색다른 정의를 선보이는 영화, 그래서 '반드시 잡는다'는 더욱 특별하다. /mari@osen.co.kr
[사진] 공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