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특급 소방수의 강렬했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실감했던 한 판이었다. 원주 DB의 베테랑 김주성(38)과 윤호영(33)이 짧은 플레잉 타임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하면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게임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DB는 5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81-75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DB는 서울 SK, 전주 KCC와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아울러 LG전 8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DB는 경기를 매끄럽게 풀어갔다. 두경민을 시작으로 김태홍과 김영훈이 총 3점포 4방을 터뜨리면서 1쿼터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LG의 2쿼터를 맞이한 DB는 다소 주눅들었다. LG의 제임스 켈리의 파상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아울러 정창영의 속공과 조성민의 외곽포 등 점수를 연거푸 내줬다. DB로서는 경기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던 위기 상황.
그러자 이상범 감독은 아껴뒀던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윤호영이 먼저 코트를 밟았다. 윤호영은 34-33으로 앞서던 2쿼터 종료 3분39초를 남겨두고 투입됐다. 윤호영의 코트 비전과 센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빛났다. 투입되자마자 디온테 버튼의 득점을 도왔고, 이후 LG 수비를 모두 얼어붙게 만드는 절묘한 A패스로 김태홍의 골밑 득점을 만들어냈다. 수비에서는 지역방어의 중심에 서면서 DB의 수비 로테이션에 윤활유 역할을 했다.
DB는 윤호영의 투입으로 LG의 맹렬한 추격 기세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고 전반을 앞선 채 마무리할 수 있었다. 3쿼터에도 LG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DB로서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러자 이번엔 회심의 카드, 이상범 감독이 믿어 의심치 않는 ‘소방수’ 김주성을 투입시켰다. 그리고 김주성은 투입되자마자 3점포로 추격 분위기를 잠재웠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주성은 코트를 지켰고, 윤호영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투입됐다. 김주성과 윤호영이 3쿼터 막판부터 동시에 코트를 밟았다.
김주성과 윤호영의 더블 스토퍼 체제, 여기에 벤슨의 높이까지 가세하자 흡사 과거 KBL을 호령했던 ‘동부 산성’의 느낌이었다. 김주성은 골밑에서 골밑 장악력을 안겨줬고 윤호영은 코트 밸런스를 가져다 줬다. 3쿼터 종료 57초 전 윤호영과 김주성이 하이-로 게임에 이은 벤슨의 덩크슛은 DB의 조화를 제대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DB는 3쿼터를 69-62, 7점 차이로 벌리며 조금은 여유를 갖고 4쿼터를 맞이할 수 있었다.
김주성과 윤호영은 4쿼터에도 동시에 투입됐고, 루즈볼을 향해 달려드는 투혼을 함께 발휘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주성은 패스 줄기마다 서 있으며 골밑으로 투입되는 패스를 차단했다. 윤호영은 넓은 시야를 과시하며 공격 작업을 도왔다.
결국 김주성과 윤호영으 코트를 끝까지 지키며 LG의 추격을 봉쇄하고 승리를 이끌었다. 김주성과 윤호영 모두 이날 경기의 절반도 소화하지 않았다. 김주성은 14분 20초, 윤호영은 16분54초 동안 코트를 밟았다. 순도는 높았고 경기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공헌했다. 김주성이 8득점 2가로채기 1리바운드, 윤호영은 2득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의 기록을 남겼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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