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팀이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 내가 하는 역할은 많이 없는 것 같다.”
원주 DB 베테랑 김주성(38)은 겸손했다. 하지만 김주성이 코트 안팎에서 뿜어내는 분위기, 그리고 리더쉽은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인 듯 하다.
DB는 5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81-75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DB는 13승5패를 기록, 서울 SK, 전주 KCC와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이날 두경민과 디온테 버튼이 각각 20득점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 선수가 됐다. 그러나 3쿼터 LG의 추격 분위기에서 터진 김주성의 알토란 같은 3점포 2방이 없었다면, DB의 승리는 요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김주성은 윤호영, 로드 벤슨과 함께 골밑을 굳건히 지켜내며 특급 소방수 역할을 했다.
경기 후 김주성은 “일단 지난 삼성과의 경기에서 1쿼터 잘하다가 4쿼터 무너진 경우가 있었는데, 오늘도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선수들이 두 번은 반복하기 싫었나 보다. 선수들이 집중력 있게 해줬고, 리바운드 1,2개씩 챙겼던 것이 승리의 요인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승리 소감을 말했다.
이날 경기를 보면 김주성은 코트 안팎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해결사 이자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치와 라커룸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까지도 한다.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올 시즌 DB의 과감한 농구를 발휘할 수 있던 데에는 김주성의 역할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최고참 김주성은 겸손했다. 오히려 후배들을 추켜세웠다. 김주성은 “일단 팀이 중요한 상황인데, 지금 상황에서 내 역할은 많이 없는 것 같다”면서 “중간 고참 들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나는 그저 웃기는 컨셉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멋있는 말을 찾아서 하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후배들이 놀린다”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웃으며 설명했다.
아울러 김주성은 팀이 공동 1위로 올라선 이날 경기의 의미를 말했다. 그는 “사실 공동 1위 의미는 없다. 그러나 기술적 부분이 부족해도 투지나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 기술적 부분에서도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을 우리 선수들이 느꼈을 것이다”면서 “지금 우리팀 선수들 모두 예전에는 기량과 기술이 좋았지만 경기를 많이 치르지 못하다보니 펼칠 수 없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회를 주고 자신감을 가진다면 예전의 기량과 기술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원래 갖고 있던 플레이들이 자신감 있게 나올 것이고 1위를 하면서 자신감이 더 붙는 것 같다”고 말하며 어린 선수들의 자신감 충전이 1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강조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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