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 고정운(51) FC안양 신임 감독이 태극전사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충고를 던졌다.
고정운 감독은 1980년대 후반부터 10년 가까이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77경기서 10골을 기록한 스타 플레이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서는 스페인(2-2), 볼리비아(0-0), 독일전(2-3 패)에 모두 출전하며 한국의 선전에 힘을 보탰다.
고 감독은 23년 전을 회상하며 러시아 월드컵을 6개월여 앞둔 후배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건넸다. 고 감독은 지난 6일 OSEN과 통화에서 "날씨가 너무 더워서 유럽 선수들에게 힘든 월드컵이었다. 우승도 브라질이 했다. 독일은 세계적인 팀이었는데 많이 뛰지 못해서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잔디도 우리에게 최적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고정운 감독은 독일전에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한국은 클린스만에게 2골을 내주는 등 전반에만 0-3으로 끌려갔으나 후반 황선홍, 홍명보의 연속골로 추격해 2-3 펠레 스코어로 석패했다.
고 감독은 "독일전은 한국 특유의 정신력이 살아 있었다. 앞서 스페인, 볼리비아전을 굉장히 좋은 경기로 비겼다. 독일전은 초반에만 흔들리지 않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수비 실수로 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정신력에 의해 많이 좌우됐다. 한국 팬들에게 오는 편지가 큰 힘이 됐다. 한국 특유의 투지로 하나가 돼서 좋은 경기를 했다. 독일은 세계적인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뛰지 않고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많이 뛰었다"고 비결을 전했다.
1996년 국내에서 스웨덴과도 붙어봤던 고 감독은 "당시 스웨덴은 기술적으로 굉장히 부족하고 투박했다"면서도 "힘을 바탕으로 한 선 굵은 경기를 펼쳤다"고 기억했다.
고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서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강호들과 한 조에 포함된 신태용호가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 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상대인 스웨덴에 승부를 걸어봐야 한다. 독일이 전승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스웨덴을 이기면 승산이 있다. 멕시코는 굉장히 수준 높은 축구를 한다. 조직력도 좋고 기술과 체력을 겸비했다. 스웨덴도 힘겨운 상대이지만 3팀 중 승부를 걸만한 상대는 멕시코보다는 스웨덴이다. 1차전이 잘 풀리면 마지막 상대가 독일이라 해볼 만하다."
고 감독은 후배들을 믿으면서도 다소 해이해진 정신력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선수들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경험이 많아 걱정이 안된다"는 그는 "단, 한국 특유의 정신력이 가미돼야 한다. 그게 제일 문제다. 슈틸리케 감독이 있을 때 제일 문제됐던 부분이다. 뚜렷한 리더 역할을 하는 선수도 있어야 한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에 선수들의 정신력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 감독은 '대표 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대표선수는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달라져야 한다. 유럽서 뛰는 이들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 스스로가 프로 의식과 애국심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쉽지 않다. '국가대표는 언제나 내 자리'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대표 선수가 아니고 대표팀도 아니다. 지속적인 경쟁이 필요하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