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건 자존심 싸움에서 SK가 웃었다. 압도적인 높이의 우위가 승리 비결이었
서울 SK는 6일 잠실 학생체육관서 열린 전주 KCC와 '2017-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 첫 경기를 94-81로 승리했다. 애런 헤인즈가 37득점을 폭발시키며 펄펄 날았다. 최부경도 하승진과 골밑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5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3라운드 초반 최대의 빅매치였다. 이날 전까지 SK와 KCC, 그리고 원주 DB는 13승5패, 승률 7할2푼2리로 나란히 공동 선두에 올라있었다. 4위 인천 전자랜드와 승차는 2경기. 말그대로 선두 그룹을 형성 중인 세 팀이었다.
그 중 두 팀이 3라운드 첫 경기부터 마주한 셈이었다. 이날 승리한 팀은 단독 선두에 등극하는 반면, 패하는 팀은 3위까지 떨어졌다. 어느 때보다도 필승의 의지가 강했던 양 팀이었다.
분위기는 완전히 엇갈렸다. KCC는 지난달 10일 안양 KGC전(99-80승)부터 파죽의 7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상대가 하위권 팀들 위주였지만, 그 기세만큼은 매서웠다. 1라운드 출발이 좋지 않았던 KCC는 2라운드 8승1패의 압도적 상승세로 공동 선두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면, SK는 최근 2연패에 빠져있었다. 들쑥날쑥한 경기력으로 연승과 연패가 반복됐다. 물론 연승 기간은 길었고, 연패 기간은 짧았기에 선두 그룹을 유지할 수 있었다. SK도 이날 승리로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경기 전 만난 양 팀 사령탑은 필승의 의지였다. 문경은 SK 감독은 "결국 실점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화이트가 안 터질 때면 가만히 서있는다.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감독은 "KCC에게 골밑에서 밀린다. 이럴 때 외곽에서 터뜨려야 한다. 때문에 김선형의 공백이 있을 것 같다"고 염려했다.
반면, 추승균 KCC 감독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추 감독은 "필승 전략은 '하던 대로'다. 연승 기간이 길어지며 오히려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위권 팀들과 만났을 때는 그게 통할지 몰라도, 상위권 팀들에게는 다르다. 오히려 상위권 팀들을 만나 집중력을 갖는 게 더 도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중반까지는 어느 한 쪽의 우위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었다. 1쿼터는 양 팀의 외곽포가 불을 뿜었다. 리바운드 18-6으로 압도적이었던 SK는 이정현에게만 3점슛 두 개를 허용하는 등 외곽을 막지 못하며 23-22 한 점 리드에 만족해야 했다.
KCC는 2쿼터 들어 안드레 에밋의 투입으로 분위기를 바꿔냈다. 에밋은 2쿼터에만 12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에밋의 투입으로 KCC의 골밑도 조금씩 활기를 띄었고 전반을 47-46으로 마칠 수 있었다.
승부의 균형추가 기운 건 3쿼터 종료 24초를 남겨둔 상황. SK가 66-61로 리드를 점하고 있었다. 이정현이 골밑에서 단독 찬스를 잡았고 최부경이 이를 막아서던 상황이었다. 이정현이 골밑슛을 성공시켰고 최부경이 이정현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심판은 오펜스 파울을 선언했다. 정장 상의를 벗고 강하게 항의하던 추승균 감독에게 테크니컬 파울이 주어졌고 애런 헤인즈는 자유투 득점에 실패했다. 하지만 상대 바스켓카운트를 지웠다는 것만으로도 SK로서는 만족할 장면이었다. 결국 SK는 3쿼터, 66-61로 마감했다.
한 번 잡은 승기를 4쿼터에 내줄 SK가 아니었다. SK는 결국 이변 없이 4쿼터를 마무리했다. KCC로서는 리바운드에서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27-40으로 밀린 게 뼈아팠다. 특히 29분간 코트를 누빈 하승진이 6리바운드에 그쳤다. 하승진은 공격 리바운드 1개로 고개를 숙여야했다. /ing@osen.co.kr
[사진] 잠실학생체=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