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도 단장 야구의 시대가 열렸다. 과연 최고의 단장은 누가 될까.
지난해부터 KBO리그에는 경기인 출신 단장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존 김태룡 두산 단장 외에도 박종훈 한화 단장, 염경엽 SK 단장, 고형욱 넥센 단장, 유영준 NC 단장이 대거 선임됐다. 절반이 경기인 출신 단장으로 채워진 것이다. 올 시즌을 마친 뒤에도 양상문 LG 단장, 조계현 KIA 단장이 새롭게 단장 자리에 오르며 경기인 출신이 7명으로 늘었다. 내년 시즌에는 어느 단장이 더 잘했을지 지켜보는 것도 새 관전 포인트다.
▲ 신임 단장들의 새로운 도전
가장 주목받는 건 신임 단장들이다. 양상문 단장은 LG 감독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뒤 류중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주며 단장으로 승진했다. 수석코치로 KIA 통합 우승을 뒷받침한 조계현 단장은 허영택 단장의 대표이사 승진으로 공석을 채우게 됐다. 두 단장 모두 현역 시절 특급 투수로 명성을 떨친 스타 출신이다.
양상문 단장은 취임 초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감독 때부터 추진해온 세대교체 작업을 단장이 되어서도 이어가고 있지만 베테랑 선수 정리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목표로 했던 외부 FA 영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팬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고, 전화번호가 유출되는 우여곡절을 겪을 만큼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조계현 단장은 KIA의 통합 우승 직후 단장을 맡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외국인선수 3인방도 모두 재계약이 완료돼 업무 크지 않다. 당면 과제는 양현종과 재계약, FA 김주찬 잔류다. 수석코치 때부터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워 선수단 마음을 사로잡은 조 단장이 프런트로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도 관심이다.
▲ 야구인 출신 단장들은 내부 육성
경기인 출신 단장들의 공통점은 외부 영입보다 내부 육성으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KBO리그에 세대교체, 육성의 바람도 경기인 출신 단장들부터 시작됐다. 꽤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야구를 해본 경기인 출신으로서 감독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2011년부터 7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김태룡 단장은 화수분으로 유명한 두산 야구의 토대를 만들었다. 올해도 FA 민병헌을 잃고, 김현수에게도 큰 베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자원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도 과감하게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보류권을 풀어주는 등 변화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나란히 1군 감독 출신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박종훈 단장과 염경엽 단장은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한화와 SK 모두 올해 FA 시장에서 일찌감치 철수했다. 허리 띠를 졸라매고 있는 듯하지만 단계적인 리빌딩으로 내후년 승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두 단장 모두 선수단 뎁스 강화를 목적으로 내부 경쟁,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영준 NC 단장과 고형욱 넥센 단장도 다르지 않다. 두 팀 전부 FA 시장에서 발을 뺐다. 큰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지만 선수 스카우트 및 육성 시스템이 자리 잡은 팀들이라 필요성이 떨어진다. 두 단장 모두 스카우트 출신으로 선수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 당장 내년에도 어떤 선수들이 새로 튀어나올지 모른다.
▲ 비경기인 출신 단장들은 화끈한 투자
경기인 출신 단장들이 대세이지만 비경기인 단장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올해 FA 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한 3개팀 전부 비경기인 출신 단장들이다. 이윤원 롯데 단장, 홍준학 삼성 단장, 임종택 kt 단장은 그룹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공격적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롯데는 내부 FA 손아섭(98억원)을 잔류시킨 뒤 외부 FA 민병헌(80억원)을 영입했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하며 큰 타격을 입었지만 빠르게 만회했다. 롯데는 최근 3년간 이윤원 단장 체제에서 FA 계약 총액이 476억원에 달한다. FA 큰손으로 떠오르며 올해 3위까지 올랐고, 내년 시즌도 5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을 유지했다.
삼성도 홍준학 단장 체제에서 지난해 12년 만에 외부 FA를 영입하는 등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올해는 강민호(80억원)와 깜짝 계약을 성사시키며 FA 시장의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외국인 선수 계약에도 공격적이다. kt 역시 임종택 단장이 황재균에게 오랜 구애 끝에 계약(88억원)을 이끌어내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2년 연속 9~10위에 그친 삼성과 kt는 내년 시즌 하위권 탈출을 노린다. /waw@osen.co.kr
[사진] 양상문-조계현(위), 김태룡-박종훈-염경엽-고형욱-유영준(중간 시계방향), 이윤원-홍준학-임종택(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