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겨울은 수확과 평가의 계절이다. 한 해 자신의 활약상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가치를 다시 매겨보는 시간, 연봉 협상 시즌이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진형(23)에게 내년 연봉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아직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움푹 파인 보조개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내심 올 시즌 성적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박진형의 올 시즌 성적은 45경기(88이닝) 4승4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5.11이었다. 겉보기에는 두드러지는 성적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롯데의 후반기 상승세와 궤를 같이 하는 박진형의 후반기 성적을 들여다봐야 한다. 전반기 선발로 대부분 나섰던 14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7.28에 그쳤던 박진형. 그러나 후반기 불펜으로 전환, 필승조로 자리를 잡으면서 31경기 3승1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17로 대반전을 이뤄냈다.
박진형의 후반기 필승조 안착이 롯데 후반기 상승세와 포스트시즌 진출의 이유 중 하나라고 꼽는 것도 과한 것이 아니었다. 정규시즌 8월 31일 사직 NC전부터 12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고, NC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도 모두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박진형에게 불펜 투수 자리는 맞춤옷을 입힌 듯 딱 들어맞았고, 스스로도 올해 거둔 10홀드에 애착을 갖고 있기도 했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박진형은 시즌 후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의 대표팀으로 뽑혔고, 대회에서도 2경기 등판해 2⅓이닝 무실점으로 국가대표 불펜 투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
박진형은 뜻 깊었던 올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하고 있다. 그는 “국가대표 갔다 온 뒤 상동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구단 행사와 동료들 결혼식 등을 다니며 쉬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경험에 대한 것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생애 첫 대표팀이기도 했다. 또한 ‘일본 야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였다. 젊은 선수들이 도쿄돔이란 곳에서 한층 더 경험을 쌓기를 바라는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바람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박진형은 도쿄돔이라는 곳에서 주눅들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돔 구장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는 “사실 고척돔에서 경기를 해보고 하니, 도쿄돔이란 곳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그랬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가짐이 대표팀에서의 활약으로 이어진 것일까. 이에 대해서 박진형은 “결과가 좋았을 뿐이었다.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다. 뒤에 나올 형 들이 잘 막아줬고 잘하는 투수들이다 보니 믿고 던졌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이런 국가대표 경험이 박진형 스스로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이라는 믿음은 당연하다. 박진형은 “처음 국가대표로 갔다 오고, 한일전도 치르고 나다보니, 시즌에 들어갔을 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더 긴장하지 않고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고 국가대표로도 차출돼 다소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이에 박진형은 일단 “팔과 어깨는 휴식을 취할 것인데, 15일 쯤부터는 다시 야구장에 나와서 운동을 시작할 것이다”면서 “1대1 퍼스널트레이닝을 통해 몸도 만들고 체력도 키우면서 1월 들어서 캠프 들어가기 전까지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 것이다”고 비시즌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시즌부터 국가대표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박진형에게 달콤한 겨울의 결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박진형은 114.3%의 연봉 인상률을 기록하며 6000만원의 연봉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과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 올 시즌이기에, 박진형 스스로도 그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올해 박세웅이 78.6%의 인상률로 1억 연봉 대열에 합류했는데, 뒤이어 박진형까지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