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란 말. 어쩌면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갖고 있는 주제이자 딜레마는 아닐까.
5회까지 진행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여러 인간 군상들을 통해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된 볼거리는 사람의 '반전'이다.
앞서 선인인 줄 알았던 성동일이 알고보니 비리 교도관이었고 악당일 줄 알았던 정웅인이 인간적인 교도관으로 등장하는 반전으로 재미를 안겼던 제작진은 5회에서는 강승윤으로 또 한번의 반전을 선사했다.
6일 방송에서 강승윤은 빵과 트럭을 훔친 죄로 수감돼 '장발장'이라 불리는 이주형이란 인물과 과거의 조폭 이종원이란 인물, 1인 2역을 연기 했다. 이주형은 무기수 김민철(최무성)을 ‘아버지’라 부르며 애틋하게 따랐지만 소를 앞두고 개조된 시계를 소지하고 있던 점이 문제가 되자 김민철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우는 배신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주형에게서 사형을 당했던 조폭 동생 이종원을 떠올리며 아련해하던 김민철은 이런 이주형을 감쌌다.
김민철은 이주형을 끝까지 믿어주며 "양아치처럼 살지말라. 착하게 살지 않으면 나처럼 후회한다"고 조언했다. 이주형은 그런 김민철 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출소하면 꼭 아버지가 좋아하는 라면을 사서 찾아오겠다'라고 약속했다.
'위기의 순간 저럴 수도 있지'라고 일면 이주형의 행동을 두둔했던 시청자들은 하지만 마지막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출소하는 순간부터 교도소 안의 이주형은 없었다. 김민철에게 “나가면 제일 먼저 먹겠다”고 말했던 교도소 앞 부대찌개 집을 그냥 지나쳤다. 이는 앞서 야외 근무에 나가서 지갑을 훔친 모습으로도 예고된 것이었다. 이주형이 실제 라면을 사 들고 김민철을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그가 언젠가는 다시 죄를 짓고 교도소에 올 것이란 부정적인 추측을 키웠을 뿐이다.
이런 이주형의 모습은 교도소 안과 밖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그려낸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 드라마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딜레마일 수도 있어 보인다.
제작진의 전작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느꼈던 따뜻한 정서, 정감있는 인물들을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서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연기파 배우들이 그려내는 캐릭터들은 겉으로보기에 저마다 '죄를 지을 만한' 사연이 있는 억울한 인물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에 김제혁(박해수)은 약자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김제혁의 친구 이준호(정경호)가 말했듯 감독에 들어온 사람들은 어쨌든 다 범죄자이다. 자신의 돈을 동료 어머니의 수술비를 보낸 김제혁에게 이준호는 “여기 있는 애들, 다 나쁜 새끼들이다. 거기까지만 해라”고 조언했던 바다. 이에 김제혁은 “걔가 양현종 팬이라고 하길래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올라고 그랬지”라고 농담했다. 그리고 이 김제혁의 말은 이 드라마가 풀어나가는 전체 톤과도 맞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극 중 범죄자들에게 인간적인 면을 찾고자 하고 이것이 성공 드라마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당초 우려되던 범죄 미화의 위험에 빠질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강승윤의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현실적 인물이었다. /nyc@osen.co.kr
[사진] tvN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