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게 충격패 후유증은 한 경기뿐이었다.
대한항공은 7일 수원 실내체육관서 열린 한국전력과 '2017-2018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맞대결을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주포' 미챠 가스파리니. 가스파리니는 36득점으로 펄펄 날며 올 시즌 세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직전 경기 삼성화재전 충격패 후유증에서 벗어나며 시즌 7승(7패), 승점 22를 기록했다. KB손해보험(승점 19)을 제치고 단독 3위 도약.
양 팀은 직전 경기에서 나란히 충격패를 당했다. 시작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일 홈에서 당시 10연승을 달리던 삼성화재와 마주했다. 삼성화재의 기세가 워낙 뜨거웠지만 대한항공도 2연승으로 1라운드 부진을 추스르던 상황이었다.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는 세트를 차례로 나눠가지며 팽팽한 시소게임을 펼쳤다. 결국 5세트에 돌입했고, 대한항공이 뒤늦게 발동 걸린 미챠 가스파리니의 활약으로 14-9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내리 5점을 헌납하며 승부는 듀스까지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일곱 차례 듀스 끝에 삼성화재의 11연승을 지켜봐야 했다.
충격패는 한국전력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전력은 3일 우리카드와 원정경기서 첫 두 세트를 따내며 순항했다. 하지만 2세트 막판부터 조금씩 집중력이 떨어졌고, 결국 내리 세 세트를 모두 내주며 무릎꿇었다. 한국전력 역시 연승 분위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셈.
어느 한 쪽이 낫다고 매기기 힘들 정도로 충격패였다. 이날 맞대결은 누가 더 후유증을 빨리 털어내는 지가 관건이었다. 양 팀 사령탑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대형사고였다. 전무후무한 일 아니겠나"라며 직전 경기를 자평한 뒤 "이제 어영부영할 시기는 지났다. 결과가 말할 때다"고 강변했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 역시 "풀세트 패배라 승점 1을 따낸 것도 괜찮다. 기죽을 필요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라며 "우리도 2세트까지 뒤지다가 역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란한 충격패에 비슷한 반응. 먼저 털고 일어난 쪽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은 1세트 들어 토종 선수들의 침묵에 범실쇼가 이어지며 손쉽게 세트를 내줬다. 초반부터 한국전력의 압박이 거셌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2세트부터 정지석이 조금씩 살아나며 가스파리니의 부담을 덜어줬다. 반면, 한국전력은 펠리페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2세트에는 펠리페가 9득점을 올렸지만 토종 선수 전체가 1득점에 그쳤다. 세트를 따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한국전력의 진짜 문제는 수비였다. 좀처럼 리시브와 디그가 되지 않았다. 안정적이지 못한 수비는 공격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나마도 펠리페 제외한 선수들이 힘을 쓰지 못하니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3세트와 4세트에는 팽팽한 흐름을 만들었지만 쐐기를 박지 못하고 승부처에서 자멸했다. 직전 우리카드전이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이었다.
결국 분위기를 바꾼 건 대한항공이었다. /ing@osen.co.kr
[사진] 수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