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 감독이 '간판 세터' 한선수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전했다.
대한항공은 7일 수원 실내체육관서 열린 한국전력과 '2017-2018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맞대결을 세트 스코어 3-1(23-25, 25-19, 25-21, 25-21)로 승리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주포' 미챠 가스파리니. 가스파리니는 36득점으로 펄펄 날며 올 시즌 세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직전 경기 삼성화재전 충격패 후유증에서 벗어나며 시즌 7승(7패), 승점 22를 기록했다. KB손해보험(승점 19)을 제치고 단독 3위 도약.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억지로 이긴 것 같다. 힘든 경기였다. 쉽게 갈 수도 있었는데, 리베로 정성민이 예상보다 서브 리시브를 잘해줬다. 그 덕에 시합이 풀렸다"라고 입을 열었다.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가스파리니에 대해서는 "더 잘할 수 있다. 오늘 한선수 토스가 많이 개선됐다. 아직 엇박자가 몇 개 났지만, 한선수가 노련하게 끌고간 것도 잘 풀렸다. 가스파리니는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트리플크라운도 했지만, 서브나 세팅된 볼을 때리는 것에서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승리에도 39개의 범실은 개선점으로 남았다. 박기원 감독은 "공격적인 배구를 하다보니 그렇다. 시합 전에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어떻게든 풀어주려고 노력하는데, 첫 세트에도 못 움직였다. 체력이 아니라 실수에 대한 강박 때문이다. 큰 과제다. 삼성화재전 이후 스트레스 받을까봐 별다른 이야기도 안 했던 이유다.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전 세터' 한선수는 이날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훔쳤다. 박기원 감독도 한선수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박 감독은 "마음고생 심했을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데, 답답했을 것이다. 감독으로서는 선수를 빼는 게 마음 아프지만 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미안해했다. 이어 박기원 감독은 "컨디션이 문제였고, 기술적인 부분도 조금은 혼란이 있었다. 선수도 나도 힘들었다. 옆에서 도와줬어야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박 감독은 "그래도 에이스다. 올라오도록 기다려야 한다. 올라올 것이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박 감독의 목표는 3라운드까지 5할승률 넘기다. 이날 승리로 정확히 5할을 마크. 박기원 감독은 "그래야 팀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오늘도 올라올 선수들이 못 올라왔다. 맘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박기원 감독은 지난달 현대캐피탈전 종료 이후 "엔진 예열은 끝났는데 이륙은 아직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 감독은 "지금도 달리고 있는데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 시간 없다. 3라운드에는 떠야 한다. 수단 가리지 않고 승수를 쌓아야 한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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