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을 책임졌던 안방 터줏대감의 공백을 맞이한 롯데 자이언츠다. 전력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라는 포수 포지션의 전력을 새롭게 다져나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투수마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이미 주전 포수 강민호를 삼성으로 떠나보냈다. 포수진의 세대교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롯데는 일단 포수 자리는 별 다른 트레이드 없이 기존의 나종덕, 나원탁, 안중열 등 유망주 자원들을 육성시켜 주전 경쟁을 시킬 전망이다.
여기에 롯데는 지난 9일 조쉬 린드블럼과 재계약 협상이 최종 무산됐음을 알렸다.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와 협상에 나서고 있고, KBO리그 경험이 없는 선수가 롯데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롯데의 외국인 투수 농사는 흉작이 거의 없었다. 라이언 사도스키,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 등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책임지며 에이스 역할을 했던 투수들이었다. 4년 연속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뛸 브룩스 레일리, 이제 팀을 떠날 린드블럼 역시 롯데 외국인 투수 역사에 한 페이지를 남길 성공사였다.
이들의 기본적인 역량이 일단 뛰어났기에 KBO리그 무대에서도 쉽게 적응하고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옆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있었다. 강민호라는 안방마님이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주전 포수로서, 그리고 국가대표 포수로서 잔뼈가 굵었던 만큼 강민호가 파악하고 있는 리그에 대한 정보는 다른 선수들이 갖고 있는 것보다 방대했다. 또 강민호 특유의 친화력도 외국인 투수들의 적응에 한몫했다. 그렇기에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오더라도 강민호라는 존재가 있기에 리그 적응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롯데는 강민호 없이,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투수가 롯데 유니폼을 입을 지는 모르지만 성향에 따라 포수의 영향력을 절감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레일리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데이터가 축적됐을 터. 상대 타자들이 레일리에 적응이 됐지만, 레일리 역시 스스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의 약점, 그리고 쿠세(투구 습관) 등을 극복해 왔고, KBO리그 무대에 완벽히 적응을 했다. 이제 포수의 영향력을 따질 시기는 지난 듯 하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는 다를 수 있다. 롯데가 앞으로 포수 마스크를 쓸 선수들은 대부분 경험이 일천하다. 나종덕과 나원탁, 안중열, 김사훈 모두 투수들을 아우르면서 이끌기에는 젊고, 1군 무대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다. 새 외국인 투수와 같은 선상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로에게 의지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볼배합과 구종에 대한 선택은 벤치에서 내릴 수 있지만, 타자와의 승부와 습성에 대한 부분은 포수를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민호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적응력 부분에서 변수가 될 여지가 남아 있다. 그만큼 그동안 강민호가 차지했던 존재감이 얼마나 큰 지를 다시 한 번 절감하는 시기가 올해가 될 수도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