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한 전개로 지난 9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10일 종영한 OCN 토일드라마 '블랙'(극본 최란/ 연출 김홍선 고재현) 마지막회는 평균 4.5%, 최고 5.2%로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채널의 주요 타겟인 2549 남녀 시청층에서도 평균 4.1%, 최고 4.9%로 동시간대 1위를 달성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2549 남성 시청층에서 평균 3.5%, 최고 4.2%, 동시간대 1위로 전편 자체 최고 수치를 경신하며 시청률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올 초 '보이스'를 시작으로 '구해줘'의 배턴을 넘겨받은 '블랙'이 재미와 작품성 모두를 아우르며 OCN 오리지널의 흥행 불패를 이어갔다는 평이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가구, OCN+수퍼액션 합산 기준)
이날 방영된 마지막 회에서는 김준(한무찬 분) 즉, 사(死)자 블랙(송승헌 분)이 강하람(고아라 분)을 위해 자신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덮은 채 천계의 최고형 무(無)의 존재를 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블랙은 "처음부터 없던 일이 되면 강하람도 행복할 거야"라며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 아무도 자신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소멸을 선택했고 파트너 저승사자 제수동(박두식 분)에게 하람 부모의 사고를 막아달라고 부탁해 그녀의 운명을 바꿨다.
덕분에 죽음의 그림자를 보지 않게 된 어린 하람은 평범한 삶을 살게 됐고 무진 타임 마트 참사를 막아낸 계기로 구조대원이 돼 적극적으로 생명을 구했다. "나는 가늘고 길게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 거예요"라는 말처럼 행복한 일생을 살았지만 수동이 선물한 빨간 실 팔찌를 보자 눈물을 흘렸고 죽은 후, 모든 기억이 돌아와 자신을 마중 나온 블랙의 환상과 함께 천계로 향했다. 이에 끝나는 순간까지 완벽했던 '블랙'이 남긴 것들을 되짚어 봤다.
#1. 마지막까지 몰입력 높인 배우들의 재발견
데뷔 이후 장르물에 첫 도전한 송승헌, 고아라는 우려를 깨고 완벽히 극에 녹아들었다. 송승헌은 순둥이 형사 한무강과 까칠한 블랙, 극과 극 캐릭터의 매력을 섬세히 살려냈고 장르를 불문한 열연으로 인생캐 탄생을 알렸다. 고아라는 죽음을 보는 능력으로 사람을 살리게 된 하람의 짠한 사연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고 몸을 사리지 않는 고군분투로 큰 울림을 선사했다. 이엘은 사랑 앞에서 지고지순한 면모로 전작의 강렬한 이미지를 벗어냈고 김동준은 허세 가득했던 재벌 2세의 성장으로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이들뿐만 아니라 조재윤, 이규복, 김원해, 정석용, 이철민, 허재호는 끝까지 캐릭터의 색을 잃지 않으며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2.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했던 밀도 있는 전개
각각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과 크고 작은 사건들 모두 꼬리잡기처럼 20년 전 무진과 얽히고설켜 있던 '블랙'. 뒤돌아보니 사소한 것 하나까지 복선이었을 정도로 매회 베일에 싸인 진실이 조금씩 드러났고, 마지막 회에서야 비로소 완성된 진실의 퍼즐은 거대하지만 허점 없는 촘촘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복습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김홍선 감독만의 차별화된 웰메이드 연출은 이러한 밀도 있는 전개를 가능케 했다. '보이스'에 이어 장르물 장인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순간까지 긴장감과 몰입력을 높이며 "웰메이드 장르물 탄생"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이기도 했다.
#3. 삶과 죽음을 되돌아본 신(新)장르물
방송 전, 차별화 포인트로 "죽음을 되돌아볼 수 있는 진정성"을 꼽았던 김홍선 감독의 말처럼 '블랙'은 삶과 반대되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죽음의 시작에 서 있는 사자 블랙이 천계의 룰을 어긴 채 하람과 억울한 죽음을 막아내는 과정을 통해 누구에게나 찾아올 죽음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 것. 미스터리한 사건과 은폐된 진실을 추리해나가는 재미와 더불어 시청자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되돌아보는 9주간의 여정이었다.
한편 '블랙' 후속으로 오는 16일 밤 10시20분 '나쁜녀석들: 악의도시'가 첫 방송된다. / nahee@osen.co.kr
[사진] OC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