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수(31·SK)는 팀은 물론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의 마당쇠로 이름을 날렸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40경기 이상에 나갔다. 2014년은 84⅔이닝, 2015년은 77⅔이닝을 소화했다. 팀의 불펜에서 필승조로 고군분투했다.
타구에 팔꿈치를 직격당하고도 다음 날 “아무렇지도 않다. 던질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등 건강에 있어서는 무쇠였다. 팬들은 그에게 ‘금강불괴’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전유수가 몸에 문제가 생겨 잠시 쉼표를 찍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지난 시즌 막판이었던 9월, 팔꿈치에 돌아다니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유수는 “내 인생의 첫 수술이었다”고 웃었다.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유수는 “올스타 휴식기 때부터 조금 좋지 않았다. 주사 치료를 했는데 안 되겠더라. 이왕 수술을 할 것이면, 빨리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면서 “수술을 안 하고도 경기에 계속 나설 수는 있었다. 솔직히 수술을 한 것 같지도 않다. 원래부터 아픈 것에 대한 겁도 없는 스타일”이라면서 그렇게 심각한 수술은 아니었음을 알렸다. 그 때문인지 회복도 빠르다.
수술 후 재활에 전념했던 전유수는 이제 재활 단계를 졸업하는 과정이다. 전유수는 “수술 후 위화감은 전혀 없다. 11월에는 피칭 프로그램도 다 소화했다”고 했다. 보통 팔꿈치 뼛조각 수술은 3개월 정도의 회복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다만 야수가 아닌 투수이기에 더 신중하게 재활을 할 필요는 있는데 전유수는 아무 문제없이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동료 세 명과 함께 괌으로 재활캠프를 떠났다. 전유수는 구단의 배려에 감사해 하면서 내년 시즌 준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필승조 투수이자, 한때는 마무리 후보까지 올라서며 억대 연봉까지 받은 전유수는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18경기에서 20⅔이닝을 던지며 1홀드 평균자책점 6.53에 그쳤다. 전유수는 “아픈 것도 있었지만 이것저것 다 안 됐던 한 해였다. 여러 가지가 안 맞았다”면서 “더 잘 하려는 욕심도 있었고, 그에 따라 부담감도 생겼다. 한국 감독님이야 내 성장 단계를 잘 아실 테지만, 이를 잘 모르실 수밖에 없는 외국인 감독님께 뭔가를 보여드리려는 욕심이 너무 강했다”고 담담하게 한 시즌을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다. 전유수는 “원래 몸이나 컨디션이 천천히 달아오르는 스타일인데, 초반부터 급하다보니 탈이 난 것 같다. 어쩌면 또 한 단계 성숙해졌던 한 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몸으로 던지는 만큼 많은 것을 내려놨다”고 말하면서 “좋아질 것이다. 올해 너무 못해서 더 못할 것도 없다”고 껄껄 웃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와중에 한 번 찍은 쉼표에서 많은 것을 느낀 듯 했다.
몸이 아프지 않으니 다시 달려간다는 각오다. 전유수는 “어린 투수들이 많이 치고 올라왔다. 동기부여가 된다. 2군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어린 선수만 놓고 보면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더 좋은 투수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긴장하면서 “엄청나게 쉼 없이 달려왔는데 올해 한 해를 쉬었다. 내년부터 괜찮아질 것이다”고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했다. 쉼표였을 뿐, 마침표는 아니다. 쉼표 뒤에 어떤 내용을 써내려갈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skullboy@osen.co.kr
